[더팩트ㅣ인천=이성락 기자] "윙~ 윙~."
지난 14일 인천 을왕리 왕산 해수욕장. 제법 묵직해 보이는 드론이 "윙~ 윙~"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모래 해변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대형 드론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했지만, 사실 관상용으로 펼쳐진 화려한 비행쇼는 아니었다. 조난자를 찾는 역할을 맡은 이 드론은 바다 위를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탐색을 시작했다.
조난자의 위치를 파악하자 또 한대의 드론에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3kg 무게의 구난용 튜브 3개를 매단 이 드론은 조난자에게 다가가 튜브를 전달, 안전요원이 도착할 때까지 '골든 타임'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앞서 날아간 드론이 정찰용(V-100)이라면 이 드론은 인명구조용(S-200)인 셈이다.
드론의 조난자 구조 장면을 선보인 숨비의 오인선 대표는 "각종 재난이나 인명 피해 가능 상황에 드론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텔레콤의 통신 기술과 결합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보니, 드론의 빠른 투입 및 대처가 가능해져 재산·인명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SK텔레콤과 숨비가 시연한 조난자 구조는 SK텔레콤의 초소형 영상 생중계 장비와 숨비의 드론을 결합한 영상재난구조시스템(DMS)을 통해서 이뤄졌다. 이 시스템은 비와 바람에 강한 산업용 드론에서 촬영하는 초고화질(풀HD) 영상을 LTE 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끊김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허재영 SK텔레콤 성장PR팀장은 "이제 휴가시즌이 되니 사건·사고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DMS를 산불과 지진, 홍수 등 각종 재난이나 등산·수영객의 조난 등 긴급 상황에 적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 대부분의 드론 영상 전송은 무선자동차 조정에 사용되는 무선 주파수 방식(Radio Frequency)을 사용해 드론과 조정기 간 거리가 1~3km 정도 멀어지면 중계가 불가능했다. 또한, 현재 LTE 망을 통한 드론 생중계를 위해서는 비싼 외산 장비를 활용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도 1kg 이상인 중계 장비의 무게로 인해 드론과의 결합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세계 최경량(140g)인 'T라이브 캐스터'를 개발했다. 'T라이브 캐스터'는 카메라로 촬영 중인 영상을 LTE 망이나 무선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송할 수 있는 영상 중계 장비다. 가격도 2000만 원대의 기존 LTE 방송 장비 대비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윤종필 SK텔레콤 IoT성장기술사업팀장은 "가벼움을 추구한 이유는 드론에 쉽게 장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기존 방송 장비의 AP와는 다르게 모바일 AP를 쓰면서 저전력으로 오래가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전용 솔루션인 'T라이브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방송국 스튜디오와 현장을 연결하는 생방송 중계를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으로 실시간 영상 전송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SK텔레콤과 숨비는 조난자 구조뿐만 아니라 산에 불이 났을 경우 드론이 이를 감지, 실시간 영상을 소방대원에게 전송하는 상황도 연출했다. 소방대원은 이 영상을 보고 안전한 진입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확한 화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양사는 드론의 빠른 출동과 원활한 조종, 현장 상황에 맞춘 영상 생중계 지원을 위해 '이동형 관제센터'를 개발했다. 이 센터는 드론과 LTE 영상 중계 장비, 드론의 충전을 위한 무선충전시스템 등을 5톤 컨테이너 차량에 갖추고 있다.
특히 '이동형 관제센터'는 영상의 송수신이 별도의 서버를 거쳐 전달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센터에서 직접 영상을 수신하는 방식이라 실제 상황과 영상 수신의 시차를 1초 이내로 줄일 수 있다.
SK텔레콤과 숨비는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DMS 적용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숨비가 인천시와 계약을 맺고 미세먼지 발생 사업장에 대한 점검 및 관리, 어선의 안전 조업과 해양 사고 예방 등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향후 초저지연의 특징을 가진 5G가 상용화되면, DMS의 실시간성이 더욱 강화돼 산불, 홍수,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의 현장 대처 기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야구나 농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 생중계도 시차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