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최근 흡연자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일본보다 최대 2만 원 비싼 가격에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가 11일 아이코스를 판매 중인 일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필립모리스 등의 가격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결과, 국내 판매가가 일본보다 2만 원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5일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이코스 기기(2.4 플러스)는 정가 12만 원, 할인가 9만7000원(할인 금액 2만3000원)에 팔리고 있다. 아이코스 전용으로 특수 제작된 담배 제품인 히츠의 가격은 한 갑에 4300원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코스는 한국보다 저렴하다. 아이코스 2.4 플러스 모델 정가는 1만 980엔(약 11만 원)이고, 할인가는 7980엔(약 8만 원)이다. 한국과 비교해 정가는 약 1만 원, 할인가는 약 1만7000원 낮은 금액이다. 할인 폭 역시 일본이 3000엔(약 3만 원)으로 한국보다 컸다. 다만, 일본 아이코스 전용 연초(말보로)는 460엔(4600원)으로 한국보다 약 300원 비싸다.
아이코스가 화제를 모으면서 관련 사이트와 커뮤니티 등에는 한국과 일본의 가격 차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필립모리스 측이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가격차가 날 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는 데도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보다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할 수밖에 없는 사실에 대한 불만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판매되는 일반 궐련 담배인 말보로의 경우 한국에서 갑당 4500원, 일본에서 460엔(약 4600원)으로 비슷한 가격에 팔린다는 점에서 아이코스의 가격차는 소비자들의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한 아이코스 구매자는 "사실 1만~2만 원이 큰돈이라면 큰돈이다. 기계의 경우 담배와 세금 구조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한국이 일본보다 높게 책정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물론 나라마다 시장 상황이 다르겠지만, 기분이 찜찜한 건 사실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아이코스 흡연자는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고, 아이코스 가격을 보고 조금 놀랐다. 전체적으로 일본이 한국보다 물가 수준이 높은 나라 아닌가"라며 "기본 가격도 그렇고 할인 폭 역시 일본이 낫다. 환율이 있다고 하지만 큰 폭으로 변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어이가 없고, 마치 호갱(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이 된 기분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코스는 액상형인 기존의 전자담배와는 다르게 히트스틱(Heatstick)에 전용궐련(히츠)을 끼우는 방식으로 다국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가 2008년부터 약 3조40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궐련형 전자담배다. 현재까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25개 국가에 출시됐다.
일본은 1차 출시국에 포함돼 지난 2015년 9월에 아이코스를 발매했다. 한국은 2차 출시국으로 지난 5월 27일 사전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달 5일 공식 출시됐다. 아이코스는 크게 홀더(히트스틱), 포켓 충전기(본체), AC 충전 어댑터, USB 케이블, 클리너, 클리닝 스틱으로 구성됐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에서의 가격 차이에 대해 "가격 책정에 대해선 따로 밝힐 순 없다"면서 "정가로만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환율을 비롯해 국가 비즈니스 모델 비용, 가격 정책, 세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도 있다"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또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23개국의 아이코스 판매 가격에 대해선 "일본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의 아이코스 가격을 알기 힘들다. 따로 리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가격 논란은 비단 아이코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8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GLO) 역시 일본보다 다소 높은 금액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인 '글로코리아'엔 글로 출시에 대한 정보가 올라왔다. BAT 코리아 내부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엔 글로 출시일과 기깃값 그리고 전용 연초인 네오스틱의 가격이 명시돼 있다.
글로 출시일은 8월 14일이고, 디바이스 가격은 9만 원, 할인가 7만 원이다. 글로 전용 담배인 네오스틱 가격은 아이코스의 히츠와 같은 4300원이다. 네오스틱의 가격은 애초 예상됐던 금액과 같았지만, 글로 기깃값은 다소 높게 책정됐다. 애초 일본(8000엔·약 8만 원)과 비슷한 가격대로 출시될 것으로 보였으나 1만 원 높게 책정됐다.
정가와 할인가 모두 일본보다 높은 수치다. 일본에서 글로는 약 8만 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할인된 가격은 약 5만 원(4980엔)이다. 할인 금액 역시 한국(2만 원)보다 일본(3020엔·약 3만 원)이 높았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네오스틱 역시 일본(4200엔·약 4200원)이 한국(4300원)보다 저렴했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내부 정보가 유출된 것 같은데 출시일과 가격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것이 없어 확인이 불가능한 사항이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한국 담배 시장에 처음 진출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최근 세금, 유해성, 안전성 등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담배에 분류돼 일반 궐련 담배의 60%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유사하기 때문에 동일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김광림 자유한국당의원 등은 해당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또, 아이코스는 유해성과 안전성에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관련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월부터 아이코스의 유해성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아이코스는 태우는 담배가 아닌 열로 찌는 방식의 전자담배로 기존 담배 연기에 비해 유해 물질을 평균 90% 이상 낮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식약처는 해당 내용을 한국필립모리스 측의 주장으로 판단하고 직접 유해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아이코스의 정보를 공유 카페인 '아이코스 코리아'엔 폭발 의심 사고 글이 올라왔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폭발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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