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의 사임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취임 전 낙하산 논란 휩싸였던 박창민 사장은 최근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인 최순실 씨와 연루 의혹이 제기되며 사임설이 돌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박창민 사장의 사임설을 일단 부인했다. 산업은행이 연내 대우건설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사장이 공석일 경우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창민 사장 체재에서 대우건설이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이 거는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박창민 사장 낙하산 논란, 그 뒤에 최순실?
박창민 사장은 지난해 8월 대우건설 수장이 됐다. 역대 대우건설 사장 중 대우건설 출신이 아닌 외부 출신이다. 그동안 대우건설에서 사장은 대우 출신이라는 불문율이 존재했다. 대우건설은 업계에 많은 CEO와 임원을 배출해 '건설업계 CEO 사관학교'로 불려왔을 정도로 굳이 사장을 외부에서 찾을 이유가 없었다.
또, 대우건설은 해외사업 비중이 50%가 넘는 회사로 박창민 사장은 해외경력이 없다는 점도 입방아에 올랐다. 박창민 사장이 몸담았던 현대산업개발은 대우건설보다 규모가 작고 국내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우건설 사장추진위원회를 거쳐 이사회에서 박창민 사장이 선임됐다.
그러면서 박창민 사장이 한국주택협회장 출신으로 정계 인맥이 많다는 배경설이 등장했고 사장추진위원회의 불투명한 선임 과정 등이 '낙하산 논란'을 불렀다.
박창민 사장 취임 당시 일었던 낙하산 논란의 실체는 지난달에서야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달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 지난해 7월 1일 최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발견했다.
확인 결과 이상화 전 본부장이 자신들과 소통이 원활하다는 이유로 박창민 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에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창민 사장은 이 문자가 오간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대우건설 사장에 올랐다.
◆대우건설 매각하려는 산업은행, 박창민 사임설 'No'
박창민 사장의 인선 과정에서 비롯된 논란은 결국 사임설로 이어졌다. 하지만 대우건설 최대주주이자 박창민 사장을 추천했던 산업은행은 소문을 부인하며 사태를 진화하고 나섰다.
최근 산업은행은 "박창민 사장이 산업은행에 사의를 전달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사실이 아니다. 도대체 이런 소문이 왜 도는지 모르겠다"며 박창민 사장의 사임설을 부인했다.
앞서 박창민 사장의 인선 과정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들을 만나 박 사장을 뽑아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업은행은 연내 대우건설 매각 방침을 공식화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대우건설 매각을 순조롭고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데 박창민 사장의 부재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산업은행은 KDB밸류제6호 사모투자펀드를 통해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가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 10월 펀드 만기가 도래하기 전 대우건설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우건설의 주가가 적정선에 올라서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로부터 주당 1만8000원에 대우건설 지분을 사들이면서 총 3조2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올 초와 비교해 50% 가까이 올랐지만 11일 종가(7860원)는 매입가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현재 주가에 매각을 진행할 경우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 다만 2분기 실적에 따라 주가가 반등할 여력은 남아있다. 현재 실적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영업과 자산가치를 합친 인수합병 절대 가치는 3조8400억 원으로 추산한다"면서 "인수합병이 진행되면 대우건설에 대한 평가가 시작돼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산업은행은 매각을 위한 대우건설의 적정 주가로 1만3000원을 제시해 왔다. 주가가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해도 경영실적만 좋다면 프리미엄을 얹어 적정 가격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잠재손실을 털어버리는 빅배스를 단행한 이후 올해부터 실적이 개선됐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우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7.7% 증가한 198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건설은 1분기에 영업이익 2211억 원을 기록하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달성했으며 2분기에도 주택부분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가는 대우건설이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내 대우건설 매각이 이루어지려면 2분기 실적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시간이 촉박하지만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해 기업 가치와 주가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