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알츠하이머 앓는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직접 보니…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신한은행 창업자인 고 이희건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여의도=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잘 놀고 있고, 100살까지 살겠다."

한때 신한금융그룹의 정신적 지주였던 라응찬(79) 전 회장이 오랜만에 공식 나들이에 나서며 건강을 과시했다. 과거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성 치매)을 앓는다고 밝힌 라응찬 전 회장이 건강을 완벽히 되찾은 모습이다.

라응찬 전 회장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신한은행 창업자인 고 이희건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검은색 제네시스 EQ900를 타고 온 라응찬 전 회장은 KBS 정문에서 내려 약 100m를 걸어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라응찬 전 회장은 행사장까지 가는 길에 기자들이 몰려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답변을 했다. '신상훈 전 신한은행 사장과 화해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일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민감한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닫기도 했다.

또 '건강은 어떠냐'는 물음에는 "잘 놀고 있다. 100살까지 살겠다"면서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라응찬 전 회장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였지만 이를 뚫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겉보기에는 알츠하이머병을 완벽하게 극복한 모습이다.

라응찬 전 회장의 병세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법정이었다. '신한사태'로 촉발, 회사 자금을 횡령한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공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출석요구를 받은 라응찬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최근 2~3년의 기억이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라응찬 전 회장은 이같이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법원의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2013년 출석 당시에는 검사의 질문에 대체로 명확하게 진술하면서도 신상훈 전 사장 측 변호인의 반대심문에 대해서는 "현재 앓고 있는 질환(알츠하이머)으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 위장 치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에 대해 라응찬 전 회장은 알츠하이머 등을 이유로 소환조사를 미뤄오다 2015년 1월말 농심 사외이사 선임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에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농심 사외이사는 자진사퇴 했고, 검찰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라응찬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12월 강남 모 호텔 피트니스센터 방문을 마친 뒤, 지하주차장으로 나와 본인 차량 운전석에 탑승하고 있다. /더팩트 DB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법정 출석을 거절했던 라응찬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자택과 호텔을 스스로 운전해 왕복하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당시 라응찬 전 회장은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몸은 좀 어떠신가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그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 간단한 대화를 마친 라응찬 전 회장은 차량 운전석에 탑승해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라응찬 전 회장의 이 같은 바깥 활동에 대해 당시 한 신경과 전문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운전 및 운동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초기의 경우 최근 기억부터 잊어버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해온 기계 조작이나 행동은 잊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어렵지만, 의학적 이론으로는 반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라응찬 전 회장이 지난 2014년 8월 아내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잡혔다. /더팩트 DB

또 2014년 8월에는 아내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이 <더팩트>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라응찬 전 회장은 청바지와 점퍼를 걸치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출국 수속을 밟았다. 이 때문에 라응찬 전 회장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게 사실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신한사태' 당사자인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은행 사장은 행사장 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전하면서 화해의 물꼬를 텄다.

'신한사태'는 2010년 신한금융그룹 경영권을 놓고 라응찬 전 회장, 이백순 전 행장 등이 신상훈 전 사장과 고소·고발하며 분쟁을 벌인 사건이다. 7년 간 이어진 분쟁은 올해 3월 대법원 판결이 나고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5월 이사회에서 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행장의 스톡옵션 행사를 허용하면서 일단락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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