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중앙지법=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35번째 재판이 4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510호 소법정에서 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비선 실세' 최순실에 대한 재판 일정이 있는 날이면, 이 부회장의 재판은 어김없이 30석 남짓한 작은 규모의 소법정에서 진행된다.
대법정과 달리 좌석수가 상대적으로 작은 법정 규모만큼이나 방청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역시 매회 재판때마다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이날은 마치 인기 가수의 콘서트 현장이나 놀이공원을 연상하게 하는 행렬이 오전 부터 늘어섰다.
재판이 시작하기 두시간 전부터 재판정 문 앞에는 삼성관계자들과 취재진, 일반 방청객들이 자리를 맡기 위해 내려 놓은 가방이 긴 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안팎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된 데는 재판에 소환된 증인이 한몫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번 '뇌물죄' 사건의 핵심 쟁점인 청와대와 삼성 간 부정한 청탁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전 수석은 삼성의 '승마 의혹', '삼성물산 합병 및 순환출자 해소'와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건 등 논란이 불거진 모든 이슈마다 이름이 거론된 인물로 무엇보다 그가 작성한 '업무 수첩'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물밑 거래' 의혹을 풀 수 있는 핵심 증거로 꼽힌다.
재판의 중요성을 방증이라도 하듯 이날 재판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린 것은 물론 사장급 A씨 등 구 미래전략실 수뇌부도 얼굴을 보였다. 안 전수석의 증언에 따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가 드러날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한 마디'에 재판의 흐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 모두 재판 초기부터 설전을 이어갔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안 전 수석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때 주고받은 얘기를 업무수첩에 옮겼다고 주장하지만, 안 전 수석은 독대 이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를 적은 것일 뿐, 업무 수첩은 증거로써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특검은 "(업무수첩 내용의) 신빙성은 증인신문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전을 예고했다.
증인신문에 앞서 특검은 사전에 진행된 참고인 및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는데 안 전 수석의 경우 조서 확인 시간만 40분가량이 소요됐다. 초반부터 불붙은 특검과 변호인단의 기 싸움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한 '만원' 사태가 이어지면서 재판정은 말 그대로 '사우나'로 바뀌었다.
다수 방청객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이겨내려 하지만, 재판정에 들어선 지 5분 만에 옷이 땀으로 흥건히 젖을 정도가 되자 재판정 곳곳에서는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재판이 언제 끝날 것인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재판의 경중에 따라 재판정 배정을 달리해야 하는 것 이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핵심 증인이 나올 때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지난 5월 31일 진행된 21번째 재판 당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신문은 다음 날 새벽 2시 7분까지 무려 16시간에 걸쳐 진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