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아이코스 인기를 '후발' 글로 따라잡을 수 있을까
[더팩트ㅣ광화문=이성로 기자] 이른바 '찌는 담배'인 궐련형 전자담배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출시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가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쟁업체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역시 8월 중순 '글로(GLO)' 출시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타고 한국에 착륙하게 됐다. 가열 담배는 불에 태워서 피우는 기존 담배나 기기만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연초를 전용 기기(디바이스) 넣어 가열해 피우는 방식이다. 연소 작용이 없어 타르가 없고, 냄새 걱정도 덜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자사 가열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와 비교해 유해물질을 90% 이상 낮췄다고 설명해 흡연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자는 약 한 달 동안 흡연가 7명과 함께 아이코스와 글로를 각각 체험한 뒤 '경험'을 공유했다. 기본적으로 디바이스에 연초를 넣어 가열하는 방식은 두 제품 모두 같았으나, 연초 형태, 가열 방식, 흡연 시간에선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선발주자인 아이코스는 '전자담배의 아이폰'이라 불릴 만큼 디자인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기에 충분했다. 후발주자인 글로는 가격과 효율성 측면에서 아이코스를 앞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초의 향은 개인마다 선호도가 달라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 '전자담배의 아이폰' 디자인의 '아이코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는 지난 5월 27일 사전 판매를 시작으로 지난 6월 5일 정식 판매에 돌입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정확한 판매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는 지난 3월, 아이코스의 한국 출시 이전에 체험기를 다룬바 있다([TF초점] 日 열도 뒤흔든 '담배계 아이폰' 아이코스, 도대체 뭐니?). 이번 한국 출시된 제품은 2.4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기존 일본에 출시된 모델(2.4버전)보다 충전 시간이 짧아지고,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했으며 제품 내구성도 한층 보완됐다.
현재 아이코스와 히츠(전용 연초)는 아이코스 전용스토어(광화문, 가로수길)와 서울 내 CU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아이코스 권장소비자가는 12만 원이지만, 아이코스 스토어에서 기기 등록 후 특별판매가 9만7000원에 구입할 수 있고, 히츠 가격은 한 갑당 4300원이다.
아이코스는 충전용 디바이스와 히트스틱으로 구분됐다. 히트스틱에 전용 연초(킹사이즈)를 넣어 전원 버튼을 누르면 진동이 오고 약 10초의 예열 시간 뒤에 흡연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6분 또는 14모금 정도를 피울 수 있다. 사용 종료 후에는 약 4분 정도의 충전 뒤에 재흡연이 가능하다.
아이코스는 한국 시장에서 첫 가열 담배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전자담배의 아이폰'이라 불릴 만큼 새련되고 심플한 디자인은 아이코스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아이코스는 화이트와 네이비 두 색상으로 출시됐지만, 히트스틱의 홀더는 여러 색상을 구입할 수 있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또한 다양한 색상의 아이코스 역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한정판 아이코스의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크리스마스 등 공휴일에 출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아이코스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기존에 '담배'하면 '아재'가 떠올랐지만, '아이코스'하면 '얼리어답터', '깔끔함'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담배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적은 흡연 횟수(14모금)와 분무량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고, 연초에 열을 가하는 블레이드(날) 내구성에 대한 불만도 들리고 있다. 또한 기기를 청소하는 전용 면봉(알코올 면봉)은 따로 구입해야 하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 '저렴한 디바이스·긴 흡연 시간' 효율성 내세운 '글로'
BAT의 글로는 효율성을 앞세워 아이코스에 대항하겠다는 심산이다.
우선 글로는 아이코스와 달리 충천 디바이스와 히트스틱의 구분이 없는 일체형 구조이고, 연초 역시 킹사이즈가 아닌 슈퍼슬림 형태이다.
디바이스의 슬라이드형 덮개를 밀고 연초를 꽂은 후 버튼을 누르고 약 20초의 예열 시간이 지나면 흡연이 가능하다(아이코스와 비교해 예열 시간은 약 10초 정도 더 길다). 특정 부위만 찌는 아이코스와 달리 연초 전체를 가열해 분무량은 기존 연초못지 않다. 흡연 시간 3분 30초로 아이코스(6분 또는 14모금)보다 짧지만, 흡입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글로와 아이코스를 같이 펴보면 글고의 실제 흡연 시간이 더 길었다.
한 번 흡연 후에 약 4분 정도의 충전이 필요했던 아이코스와 달리 글로는 이른바 '줄담배'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글로는 1회 충전으로 최대 연초 30개비를 필 수 있다는 게 BAT 코리아측의 설명이다. 또한, 디바이스 청소 역시 아이코스와 비교해 훨씬 간편했다. 아이코스는 청소 전용 솔과 알코올이 함유된 면봉으로 청소를 해야 한다. 알코올 면봉 같은 경우는 소모품으로 매번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글로는 전용 솔 하나면 간편하게 디바이스를 청소할 수 있다.
글로의 또 하나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잔 고장이 적다는 것이다. 일부 아이코스 사용자들은 충전기 뚜껑과 담배를 가열하는 심지가 충격에 약하다는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일체형인 글로는 이러한 걱정을 덜어준다.
글로의 출시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경쟁 제품인 아이코스(12만 원)와 비교해선 보다 저렴한 수준에 가격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 글로 기깃값은 8000엔(약 8만 원), 연초(네오스틱)는 420엔(약 42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역시 일본과 비슷한 가격대에 나올 것 같다. 확실한 건 기깃값은 아이코스보다 저렴할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디자인 측면에선 투박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몇몇 사람들은 '휴대폰 보조 배터리를 피우는 것 같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 흡연자들의 경우엔 아이코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또한 박하향이 아닌 일반 연초의 경우 아이코스와 비교해 특유의 찌는 향이 강하다는 공통된 이야기도 있었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디자인 측면에선 아이코스에 뒤질지 모르지만, 효율성을 앞세워 흡연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화이트, 네이비만 판매되고 있는 아이코스와 달리 글로는 주력 모델인 실버를 비롯해 미스트 블루, 모브 핑크, 샴페인 골드, 스톤 브랙 등 5가지 색상을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