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양국 협력을 도모하고 동맹 관계를 견고히 하기 위해 취임 후 첫 미국 순방에 나선 가운데 재계가 '통 큰' 투자에 나서며 정상외교의 든든한 교두보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관련해 대기업과 정부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고, 일부 기업의 경우 지금까지도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는 등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외교에 경제인단으로 직접 참여, 양국 간 협력 구축은 물론 더 나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자국 보호 무역주의의 위기감 속에서 지속가능한 투자의 물꼬를 틀겠다는 것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SK, LG그룹 등 '경제인단'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기업들은 가전과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는 물론 에너지 분야 등 그룹별 주력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우선 삼성전자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 윌라드호텔에서 윤부근 가전(CE) 부문 대표이사와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신규 투자 프로젝트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투자 규모는 약 3억8000만 달러(약 4300억 원)다. 이는 애초 시장에서 내다 본 3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로 시장에서는 새 공장이 들어서면 약 950만 명 규모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세탁기 생산라인을 가동해 미국 현지 소비자의 수요와 선호도에 맞춰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대미 투자 역시 진행형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5년 동안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70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현대차에서 지난 5년 동안 미국에 투자한 규모보다 50%가량 늘어난 수치로 새로운 공장 건설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최근 신차 론칭을 진두지휘하며 경영 보폭 늘리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대신해 방미 경제인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이번 정상외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27일 워싱턴에서 의회 인사, 의료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인 '현대 호프 온 휠스'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 사회에 공헌해 온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현대차는 지난 1986년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1122만 대, 기아차는 1994년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695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등 주요 완성차 메이커로서 자리매김해 왔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더불어 가장 핵심적인 글로벌 마켓인 만큼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꾸준한 사회공헌과 소통으로 한국 기업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우호 이미지를 지속해서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역시 그룹의 수장 최태원 회장을 선두로 가장 활발한 경제외교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28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유정준 SK글로벌성장위원장(SK E&S 사장 겸임) 등과 함께 대표적인 미국 에너지 기업인 GE, 콘티넨탈리소스(이하 콘티넨탈) 등과 미국 셰일가스를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에서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GE는 발전 설비를 공급하면서 프로젝트 정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한미 양국은 물론 동남아, 서아시아 지역에서의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발전 사업에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최 회장은 "한국기업 SK와 미국기업 GE∙콘티넨탈이 맺은 이번 MOU는 미국발 제2차 셰일혁명을 활용, 양국 기업은 물론 양국 정부까지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차원 높은 글로벌 파트너링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한미 양국의 지속적인 협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SK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1조8000억 원을 미국에 투자하고 추가적으로 약 3~5조 원 규모의 잠재적인 투자 기획을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간 2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의 생산·수출로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4000~5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항수 SK그룹 PR팀장(전무)은 "SK의 대표적인 성장전략은 SK 관계사가 해외 대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뒤 자원협력, 기술협력, 마케팅협력 등의 방식으로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파트너링"이라며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SK의 강점인 에너지·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