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KB금융) 회장이 '리딩뱅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분기 마감을 앞두고 8년 만에 순위가 바뀔 수 있을지 업계가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에프앤가이드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2분기 순익을 각각 7054억 원, 6977억 원으로 예상했다. 또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KB금융이 신한금융의 실적을 앞지르며 '1위' 탈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2위 싸움은 수장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이 쏠린다.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 회장의 경우 벌써부터 '연임설'이 돌고 있다. 윤 회장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1위'에 안착시킬 경우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게 아니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반면 지난 3월 취임해 임기 첫해를 지내고 있는 조 회장은 어깨가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시장의 전망을 뒤엎는 결과를 내놓으며 '1위'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지, 만일 '1위'를 뺏길 경우 임기 내 다시 거머쥘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의 급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의 성장세는 KB손해보험(KB손보)과 KB캐피탈 실적 반영에 따른 영향이 크다. KB금융은 KB손보와 KB캐피탈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추진하면서 이들의 2분기 실적이 각각 90%가량 반영되게 된다. 1분기에 절반가량 반영됐던 것에 비해 2배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다음 달 KB손보와 KB캐피탈의 편입이 마무리되면 100%가 반영돼 실적 개선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주식 시장에서도 자리싸움이 치열한 양상이다. 27일 기준 신한금융은 시가총액 23조6626억 원으로 시총 10위에, KB금융은 23조5397억 원으로 시총 1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지난 26일 장중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지르며 '금융 대장주' 자리를 넘보기도 했다.
주가에서는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재역전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이 KB금융 주가를 앞서고 있었지만 지난 1월 25일을 기점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27일 기준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주가는 각각 4만9900원, 5만6300원이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에 대해 "KB손보 염가매수차익으로 약 1600억 원이 반영되고 KB손보와 KB캐피탈이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서 500억~600억 원의 이익이 추가로 2분기에 반영된다"며 "은행, 손보, 캐피탈, 증권을 100% 보유하게 되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KB금융의 거침없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지주회사 중 자회사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고, 수익 다각화가 가장 잘 형성된 회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8년간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한금융은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사업 부문제 확대 등 조직개편으로 '새판짜기'에 돌입하며 수익성 확대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최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시장, 글로벌, 디지털 3개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조 회장이 신한금융을 2020년까지 아시아 리딩그룹으로 도약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202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번 조직개편의 골자는 자본시장·글로벌 부문의 매트릭스 체제 구축이다. 지주, 은행, 금투, 생명, 캐피탈 등 5개사가 따로 운영하던 사업을 사업 단위별로 묶어 지주가 총괄하게 된다. 조 회장 중심의 '원(One) 신한' 체제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2분기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KB금융의 성장세가 큰 것일 뿐, 신한금융이 뒤진다고 볼 수 없다"라면서 "신한금융은 탄탄한 기초체력을 보유하고 있고 수익규모, 수익력에서도 업계 1위를 지켜왔던 만큼 KB금융의 선전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