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호수로 구분하는 닭고기 중량을 그램(g)으로 표기하는 생닭 '중량표시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각 사 역시 생닭을 구매한 후 가공하는 만큼 정확한 중량을 표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 생닭이 아닌 치킨 중량표시제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다음 달 말 가금산업 발전 대책을 내놓고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생닭의 '중량표시제'를 손보겠다고 26일 밝혔다. 닭고기의 중량을 정확한 그램 수로 표기토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닭의 내장과 머리, 발, 털을 제거한 '도계'의 무게에 따라 100g 단위로 구분해 5호부터 16호까지 호수로 표기한다.
이를 두고 그간 업계 내에서는 정확한 중량을 알 수 없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예를 들어 9호 닭은 851~950g 사이, 10호 닭은 950~1050g, 11호는 1051~1150g 사이로 같은 호수에서도 100g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값을 내고도 각각 중량이 다른 닭을 구입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정확하게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데 닭고기만 예외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중량표시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교촌, BHC, 굽네, BBQ 등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같은 호수여도 무게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램으로 표기하는 방안이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프랜차이즈 업계는 도계 업체로부터 생닭을 구매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중량에 따라 닭고기를 들여오면 오히려 논란이 줄 것 같다"며 "우리 업체가 양질의 닭을 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도 "정부 방침에 긍정적"이라며 "우리는 닭을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고 가공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호수가 그램 수로 바뀌어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단,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모두 생닭이 아닌 치킨의 중량표시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가공 방식에 따라 같은 중량의 닭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10, 11호 닭을 사용한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조리된 닭의 중량을 체크하기가 어렵다. 현재 기본적으로 호수가 정해져 있고, 몇 호를 쓰는지 알려드리고 있기 때문에 믿고 드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생닭을 기름에 조리하면 중량이 줄어든다"며 "치킨은 제조 음료나 과자처럼 중량을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은 조리 음식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1050g인 10호 닭을 기름에 튀기면 900g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조리 후의 닭 무게는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생삼겹살을 불에 구우면 육즙이 빠지면서 무게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박스에 몇 호인지 써 놓는다"며 "조리 과정에서 튀김 옷, 양념 양 등에 따라 무게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호수의 닭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농심품부 역시 치킨의 중량 표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생닭뿐 아니라 치킨의 무게도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소비자는 "같은 치킨 브랜드에서 같은 값을 주고 사먹는 데도 각각 중량이 다르다"며 "치킨도 무게를 달아 판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쭉 10호 생닭을 쓴다고 하는데 치킨 양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며 "꼼수를 없애려면 치킨도 한 마리, 두 마리로 표기하는 대신 중량을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FC 등 일부 업체는 매장 내 전자 저울을 이용해 중량을 맞춰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리 당 판매가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는 게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