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31번째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투자위원회(이하 투자위)가 열리기 전 이 부회장을 면담한 경위에 대해 '청탁'이 아닌 '삼성 측의 설명을 듣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는 홍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특검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사흘 전인 지난 2015년 7월 7일 삼성서초사옥에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을 만났다.
면담 성사 과정과 관련해 삼성과 국민연금 어느 쪽에서 먼저 만남을 요구했는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홍 전 본부장은 "삼성 측에서 양사 합병 계획을 발표한 이후 국민연금에서는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검토했지만, 합병 비율과 중간배당 등 많은 부분에서 만족할만한 정보를 구하지 못했다"라며 "이 같은 견해를 삼성 측에 전달했고, 최치훈 사장으로부터 이 부회장과 면담 일정을 통보받았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합병 계열사 임원은 아니지만,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당시 면담에서 지배구조 개편, 지주회사 체제 전환, 순환출자해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성사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홍 전 본부장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이 부회장이 합병 비율 선정 경위와 중간배당 계획, 합병 후 전개할 주주친화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 측이 제시한 합병비율(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이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는 시장의 평가에 대해 이 부회장은 '이미 공시가 된 부분으로 합병 비율 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합병 성사 후 추진할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 주주들을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고, 연 1회씩 국민연금 관계자들과 면담 등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는 게 홍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홍 전 본부장의 진술에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이 면담 이후 3일 후(2015년 7월 10일)에 진행된 투자위 회의 때 위원들에게 이 부회장에 관해 언급하며 '찬성표'를 던질 것을 강요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투자위 위원들에게 '(이 부회장이) 겸손하고 재벌 아들 같지 않더라"라고 언급한 것이 사실상 찬성을 종용한 것이라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는 "합병에 찬성하면 (여론에서) 대기업의 편을 들어줬다 할 것이고, 반대하면 '매국노'라는 비난에 나설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잘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이며 '찬성'을 강요한 것이 아니고, 찬반 결정에 따른 고충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