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 청와대의 부당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31번째 재판에서 홍 전 본부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물론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들로부터 양사 합병과 관련해 어떠한 압력이나 강요를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특검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지난 2015년 7월 조남권 전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현 장애인정책국장)으로부터 양사 합병 건과 관련 전문위원회에 부의하지말고 투자위원회(이하 투자위)에서 의결권을 처리해 줄 것을 요청받는 과정에서 "복지부의 '압력'으로 이렇게 했다고 해도 됩니까?"라고 질문했다.
특검은 지금까지 이 부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대가성 뇌물을 공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보건복지부가 하위 기관인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결정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홍 전 본부장이 보건복지부로부터 투자위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지시받은 것 역시 '삼성→청와대→보건복지부→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청탁의 증거라는 게 특검의 설명이다.
그러나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에서 결정하라'는 조 전 국장의 말을 '투자위에서 (합병을) 찬성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당시 조 전 국장은 양사 합병 문제에 대해 전문위원회에 부의하면 안된다고 한 것이 아니라 투자위에서 충분히 사전 검토를 하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압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이전까지 보건복지부에서 (국민연금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이번과 같이 언급한 사례가 없었다"라며 "'압력'이라는 표현은 '이례적'이라는 의미이며, 특검 조사 과정에서 '부담을 느꼈다'라고 진술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본부장의 이 같은 진술은 전날(20일) 증인으로 출석한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지난 14일 출석했던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의 진술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들 모두 청와대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 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2017년 6월 20일 자 <이재용 재판, 최원영 전 수석 "VIP, 물산 합병 '찬반' 언급도 안 해"> 기사 내용 참조)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 회의 때 위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질 것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투자위원회 회의 당일인 2015년 7월 10일 신승엽 리스크관리팀장과 한정수 주식운용실장에게 '찬성표'를 던지라고 요구한 것 아니냐"는 특검의 질문에 "합병에 찬성하면 (여론이) 대기업의 편을 들어줬다 할 것이고, 반대하면 '매국노'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잘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찬성'을 강요한 것이 아니고, 찬반 결정에 따른 고충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