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20일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결권과 관련해 "청와대의 개입이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30번째 재판에서 최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표를 던지도록 입김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최 전 수석에게 "삼성물산 의결권 문제에 관해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특검은 이 같은 지시가 합병 찬성을 유도하라는 청와대의 간접적인 지시로 보고 있다. 특히, 최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삼성-엘리엇 다툼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문제'라는 글귀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메모한 것으로 청와대의 개입을 방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라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 전 수석은 '청와대의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인 전달사안이나 지시는 없었다"며 특검과 상반된 진술을 이어갔다. 최 전 수석은 "2015년 6월 박 전 대통령이 '챙겨보라'는 지시를 한 것은 맞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관 업무를 잘 살피라는 일반적인 수준의 업무지시였다"라며 "합병 '찬반'과 관련한 언급이나 특정한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에 합병을 찬성하는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적도 없었던 것은 물론 '의결권 문제를 챙겨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언급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한 적이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업무수첩 필기 내용에 대해서도 최 전 수석은 특검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듣고 업무수첩에 기재한 것 아니냐"는 특검의 질문에 "특검 측 주장대로 단정 짓는 것 무리가 있다. 특검 조사 때에도 '대통령의 말씀을 옮겨 적은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다"라며 "구체적인 날짜도 기재돼 있지 않아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당시 합병과 관련한 언론의 관심도 높았고, 일부 기사 내용을 메모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은 지난 14일 진행된 이 부회장의 28번째 재판 때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의 진술과 맥을 같이 한다. 당시 김 전 행정관은 "청와대 내 그 어떤 누구로부터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특정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노홍인 전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역시 특검 조사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2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31번째 재판이 열린다. 애초 이번 재판에서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변호인단이 문 전 장관에 대한 진술조서에 동의하면서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서만 신문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