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접점 없는 갈등'…박진회 행장 '답답' 호소에 노조 "무책임"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15일 열린 씨티은행 뉴 인터넷뱅킹 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점포 통폐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서민지 기자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씨티은행이 대규모 점포 통폐합을 발표한 이후 노사 갈등이 극에 치닫는 양상이다. 박진회 행장은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노조는 점포 폐쇄 중단을 촉구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씨티은행은 1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씨티 NEW(뉴) 인터넷뱅킹' 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씨티은행은 공인인증서 없이 로그인만으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고, 모든 기기·운영체제·브라우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날 화두는 새로운 인터넷뱅킹 서비스보다 디지털화에 따른 '지점 축소'였다. 노사 갈등, 비판 여론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박 행장은 다소 난색을 표하며 질문에 답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3월 '차세대 소비자 금융전략'을 발표하고 총 133개 지점을 32개로 축소하고 여신영업센터, 고객가치센터, 고객집중센터 등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행장은 '지점 중심'에서 벗어나는 행보에 대해 "씨티은행 고객의 거래가 비대면 채널로 급격하게 이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비대면 채널 이용이 크다"며 "현재 지점이 많지 않은 편이라 씨티은행을 이용하는 이유는 다른 특화된 서비스일 것이며, 이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씨티은행 고객의 거래 형태를 살펴보면 지난 2006년 지점 이용 고객이 38%에서 2016년 6%로 크게 줄었다. 현재 95%가량이 모바일·인터넷·ATM(자동화기기)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디지털 시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어떻게 하겠냐"라고 토로하며, "처음 보는 환경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아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좀 더 빨리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및 국내 시장 철수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행장은 "직원들의 경험을 살려 금융전문가로서 고객들에게 자문을 줄 수 있는 인력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면서 "철수 계획도 전혀 없다. 철수를 생각했다면 이런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와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는 1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국회에서 씨티은행의 점포 폐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금융노조 제공

씨티은행 노조는 점포 폐쇄에 적극 반발하고 있다. 이날 금융노조와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국회에서 씨티은행의 점포폐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노조는 "은행의 이윤이나 주주 이익이 공공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고용안정을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민이 입게 될 피해와 파견 노동자 대량 해고를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투쟁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측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충청남북과 경남, 울산, 제주도에는 씨티은행 점포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면서 "이윤 극대화를 위해 시중은행으로서의 금융공공성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무책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와 씨티은행지부는 국회에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및 노력을 요청하고, 점포 축소로 인해 소비자의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도 함께 촉구할 계획이다. 쟁의행위 수위도 높여가는 등 전방위적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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