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승마 의혹'과 '삼성물산 합병 및 순환출자 해소' 이슈 관련 증인신문에 이어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건을 두고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공소내용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 특검으로서는 이번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이슈에서 청와대에 청탁한 경위를 밝혀내야 하지만 전날(7일) 진행된 첫 증인신문부터 변호인 측이 제시한 '논리적 모순'에 발목을 잡히는 분위기다.
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24번째 재판에서는 김정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지난 2016년 삼성이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청탁했는지, 청와대가 공정위 측에 지주사 전환 승인을 종용했는지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특검에 따르면 삼성은 같은 해 1월 금융위에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방안 수용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사전에 문제가 될 부분을 점검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특검의 해석은 달랐다. 금융위는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24조에 따른 삼성생명이 보유한 6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초과 지분 3.2% 해소 문제 등을 이유로 2016년 1월과 2월 각각 두 번에 걸쳐 승인 불가를 통보했다.
금융위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삼성은 같은 해 4월 지주사 전환 추진을 백지화했는데, 특검은 삼성이 보류 직전까지 금융위에 반대에도 지속해서 계획을 추진한 배경에 청와대의 '입김'이 있었다는 견해다. 지주사 전환 계획 수립의 근본적인 목적은 대주주 일가의 추가적인 자본 투입 없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청와대에 청탁했다는 것이다.
김 사무관 역시 "지주사 전환에 따른 시너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본질적 목적이 경영 승계에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미래전략실이라는 조직을 통해 그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삼성이 굳이 지주사 전환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배력 강화'에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변호인은 "이미 삼성생명은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 모두 52%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헤지펀드 등의 공격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지분으로 삼는 3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라며 "금융위의 셈법대로라면 삼성생명의 의결권은 지주사 전환 이후 70%대까지 올라가는데 이를 더 높이기 위해 삼성이 일련의 복잡한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는 얘기냐"고 따져 물었다.
한동안 말문이 막힌 김 사무관은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 아니라면 (삼성의) 지주사 전환을 왜 하려 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변호인단이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하느냐"고 되묻자 방청석은 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변호인단은 "금융위 의견에는 구체적인 대안은 생략된 채 '이슈 제기' 밖에 없었다. 삼성은 애초부터 금융위에 지주사 전환 계획 승인 여부를 물었을 때부터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금융위의 법률적 검토 결과 등을 충분히 듣고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보완하겠다는 견해를 밝혀왔다"라면서 "하지만, 금융위는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삼성의 민원을 원천 차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 소법정에서 열리는 이 부회장의 25번째 재판에서는 김연준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