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위원장이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의 의사결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23번째 재판에서는 정 위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전날(1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전 경제금융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과 마찬가지로 이날 역시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청와대가 공정위에 삼성에 유리한 쪽으로 유권해석을 내리도록 압박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10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보유한 신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같은 내용을 삼성과 청와대에 구두로 전달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23일 계열사 지분 매각 범위를 500만 주로 확정하는 쪽으로 유권해석을 달리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청탁을 받은 청와대의 압력, 혹은 지시가 있었다는 게 특검 측의 설명이다. 특히, 특검은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석동수 공정위 서기관 등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공정위원장의 결정을 재촉하며 화를 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을 청와대의 부당개입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만일 내가 이 같은 내용을 보고 받았다면, 무척 화를 냈을 것"이라며 "아무리 경제수석이라 할 지라도 수석은 차관급이다. 장관급인 내게 밑에 사람을 시켜 의견을 보냈다면 크게 화를 냈을 텐데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라고 청와대의 지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이어 그는 "애초 삼성 계열사에서 처분해야 하는 주식 수를 900만 주로 하는 1안과 500만 주로 하는 2안에 대해 보고 받았을 당시 실무자들에게 두 방안의 장단점과 차이 등에 대해 수차례 물어봤고, '두 방안 모두 법리해석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라며 "1안으로 갔을 때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비롯한 시장 충격이 우려되고, 2안은 국회나 언론의 비판을 받을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고, 순수하게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고심한 끝에 2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