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엄숙한 법정에 울려 퍼진 방청객 웃음소리 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일 진행된 22회차 재판 과정에서 방청객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재벌 기업과 청와대의 '유착 의혹'이라는 재판 내용의 무게감만으로도 매 회차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방청객의 웃음소리가 재판정 가득히 울려 퍼지는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소법정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 부회장에 대한 22번째 재판이 진행됐다.

'이재용 재판'은 그간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고 매 회차 때마다 오전 10시에 시작됐지만, 이날 재판은 특검과 변호인단이 오전에 출석이 예정된 증인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동의하면서 오후 2시에 열렸다.

재판부가 빡빡한 일정 속에 신문이 예정된 또 다른 증인에 대한 신문을 강행하지 않은 데는 '전날(5월 31일) 재판이 자정을 넘기며 새벽 2시가 돼서야 마무리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재판 관계자들의 전언도 나온다.

실제로 전날 오후 9시가 넘어가자 재판부가 증인으로 나온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신문이 상당히 길어질 것 같은데 혹시 내일 오전에 이어서 (신문을)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증인이 "중요한 약속을 다음 날로 모두 미뤄 오늘 다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16시간 심리'라는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됐다.

연일 새벽까지 강행군이 때문일까. 이날 특검과 변호인단 모두 신문과정에서 이따금 평소와 다른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특검 측 반대신문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전 경제금융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청와대가 삼성의 청탁을 받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 하여금 삼성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리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1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22회차 재판에서 재판부는 특검에게 의견이 아닌 질문을 하라고 지적했다.

여느 재판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던 재판의 흐름이 달라진 것은 특검의 반대신문이 이어지면서부터다.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최 전 비서관이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자 특검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

"증인,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삼성에서 해소해야 할 처분 주식이 500만 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하니깐 '다행이다' 싶었죠?" (중략)

"공정위에 전화를 다시 걸어 '안 전 수석이 (공정위) 위원장에게 빨리 결정하라'는 메시지 전달한 것은 결국 '500만 주로 빨리 결재하라'고 한 것 아닌가요?"(중략)

"증인,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500만 주가 낫겠다는 얘기 듣고, 김 전 부위원장한테 전화해 '소신껏 결정하라'고 말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봤을 때 공정위에 청와대 견해를 관철하고자 한 것 아닙니까"

방청객까지 숨을 죽이는 격앙된 분위기를 깬 것은 재판부의 한 마디였다.

"특검, 지금 그건 '질문'이 아니라, 특검 측 '의견'이죠!"(김진동 부장판사)

그간 재판부가 해왔던 '불필요한 발언 같은데요', '짧게 질문하시죠', '이쯤 하시죠' 정도의 지적을 넘어 직접적인 쓴소리가 나오자 신문을 이어가던 특검도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특검을 머쓱하게 한 것은 방청객에서 흘러나온 '웃음소리'였다.

재판부의 지적이 끝나자마자 한 방청객이 소법정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방호원조차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갑작스러운 반응에 일부 방청객들은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참는 등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방청객이 왜 웃었는지는 김 부장판사의 일갈에서 찾아 볼수 있을 것 같다. "특검측 '의견'이죠"라는 짧은 언급이 증거주의 재판의 허실을 드러낸 지적이라고 주위에서는 이해했다.

한편, 2일 이 부회장에 대한 23회차 재판에서는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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