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예고' 신개념 전자담배 아이코스, 넘어야 할 산 '존재'는 무엇?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가 공식 출시일 전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는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반짝 흥행에 그쳤던 액상형 전자담배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성로 기자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가 흥행 대박을 예고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아이코스 스토어(광화문, 가로수길)엔 사전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음에도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 전자담배시장에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는 않다. 그러나 '세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반짝 흥행'에 그쳤던 액상형 전자담배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전자담배의 아이폰' 아이코스의 반응이 뜨껍다. 공식 출시일(5일)에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사전판매가 시작됐는데 광화문 스토어와 가로수길 스토어엔 오전 일찍부터 인파가 몰리고 있다.

'신제품 효과'도 무시할 순 없지만, 국내 출시 이전부터 '해외 직구(해외 직접 구매)'와 해외 사이트 인터넷 주문까지 마니아층까지 형성됐던 제품으로 이미 검증을 마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에 아이코스를 사용했거나 이번에 새로 아이코스를 접한 흡연자 대부분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어 아이코스의 '흥행몰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궐련형 전자 담배시장은 기존에 없었던 말 그대로 '새로운 담배 시장'이고, 아직 '세금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국내 출시를 발표할 당시 '낮은 세율'로 인해 작은 논란이 있었다. 새로운 유형(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배에 관련해 명확한 과세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아이코스를 출시를 강행해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받았다는 지적이다.

필립모리스(아이코스)를 시작으로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KT&G도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과세 기준에 대한 관련 법안은 아직 '진행형'이다.

일반 담배는 판매가의 70% 이상이 세금이다. 현재 일반 궐련형 담배 과세 기준을 보면 담배소비세(한 갑당 1700원)를 비롯해 건강증진부담금(841원), 지방교육세(443원), 개별소비세(594원), 부가가치세(433원) 등을 모두 합치면 3318원의 세금이 붙는다. 담배 한 갑(4500원)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3.7%인 셈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는 정부의 개별소비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 논란이 됐다.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하지만 국내 현행법상 적합한 기준 부재로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궐련담배와 유사해 '연초고형물 형태의 전자담배'로 분류된다. 전자담배에는 g당 담배소비세 88원, 지방교육세 38.7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연초 한 개의 무가게 약 6g인 아이코스의 경우 담배소비세는 528원, 지방교육세는 232원으로 일반 궐련(1007원, 443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현재 국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 궐련 담배와 같은 1007원의 담배소비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 국민증진부담금 과세규정을 신설하는 법안을 내놓긴 했으나 아직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아이코스는 '파이프 담배'로 분류돼 일반 궐련 담배 대비 현저히 낮은 과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갑당 세금을 비교하면 일반 궐련 담배는 약 2694원, 아이코스는 약 808원이다. 아이코스의 과세율은 일반 궐련과 비교해 약 30%다.

만약, 일본 시장과 같이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 담배시장(지난해 판매량 기준·36억6000갑)에 6% 점유한다면 세수 손실액은 약 3776억 원, 10% 점유시엔 6350억 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일본은 지난해 아이코스가 6% 담배 시장을 점유해 약 1조112억 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했다. 일본 당국에선 세제구조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담배에 붙는 담배소비세, 건강증진부담금, 개소세 비중이 100대 84대 59로 일정하여서 이 같은 체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체계상으로 맞다"면서도 "일단 지금은 저율 과세가 되기 때문에 어떤 안이든 국회에서 개소세율을 합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담배업계 관계자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액상 담배 판매가 불가한 상황에서 아이코스가 나오면서 시장 점유율 6.5~9%를 가져가는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국내 흡연 문화를 볼 때 아이코스가 반짝으로 끝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뿐만 아니라 세금부과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아직 미지수다. 과거 담배값 인상 때 액상 전자담배가 반짝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금지된 일본과 국내 담배 시장을 똑같다고 볼 순 없다. 세금과 관련해선 조금 예민한 부분이다. 아직 출시 이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관계자 모두 아이코스 열풍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성공 가능성엔 물음표를 던졌다. 세율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국내에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니만큼 정식 출시 이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전판매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아이코스. '신제품 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지, 일본과 같이 두 자리에 가까운 담배시장 점유율을 기록할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다. 다만, 세금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는 한 '꼼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액상형 전자담배가 금지돼 있는 일본에선 아이코스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 2015년 9월 출시된 뒤 품귀현상을 일으키며 담배시장에서 1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고, 일본 필립모리스 측은 공급을 출시 초기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sungro51@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