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던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추진 동력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성과연봉제가 무효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도입을 추진하던 금융공기관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성과연봉제가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데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사실상 무효화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사합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10개 금융공기관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중 8곳은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키면서 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실제 금융 노조는 "사측에서 노동자들을 한 명씩 불러 개별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조합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해 노사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이런 상황 속 법원은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고 판결하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또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사합의가 없는 성과연봉제는 무효"라고 밝히기도 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무산되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금융공기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공기관이 성과 평가 방식을 정하지 못했고, 추진 동력마저 잃어 절차를 계속 진행하기도 곧바로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공기관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으로 성과연봉제를 확산시키려 했던 전 정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나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의결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중단된 상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가 무효화 된다면 폐지를 위해 의사회 재의결 등이 필요해 또 다른 절차가 필요하다"며 "명확한 지침이 결정되기 전까지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잡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성과연봉제'에 대한 견해차도 남아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으로서 사회 책무와 조직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보면 성과 중심 급여 체계로의 개편 필요성은 여전하다"며 현 정부와 다른 의견을 냈다.
업계에서는 성과연봉제 폐지가 확정되면 새로운 직무급제가 도입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 직무 책임성에 따라 임금에 차이를 두는 제도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