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18일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이규혁 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전무이사가 '삼성의 후원금 지원이 이뤄졌을 때까지 비선 실세의 실체를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 부회장에 대한 15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날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지난 2015년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청탁의 대가였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이 전 전무를 상대로 신문을 진행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영재센터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해온 재단으로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청와대에 청탁했고, 그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씨가 연루된 영재센터에 두 차례에 걸쳐 후원금 16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전무는 재단 측이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삼성 측에 전달하는 등 사실상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후원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전무는 이날 "장시호는 중학교 1년 후배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지만,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그의 가족 및 친인척 관계에 대해 전혀 몰랐다"라며 "삼성이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지급했을 당시에도 '최순실'이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특검에서 증거로 제시한 장시호와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도 특검과 다른 해석을 내놨다. 특검이 제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장시호는 지난 2015년 9월 16일 이 전 전무에게 "나 내일 가 서울, 뭐라고 하시는지 들어볼게 큰집 어른들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후에도 장시호는 "삼(삼성)을 상대로 하려면, 이렇게 가다간 다들 징역 가게 생겼어" "기획도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삼성에 회수 통보받는데" 등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와 관련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특검은 이 같은 문자가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이 청와대의 지시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이 전 전무는 "장시호가 평소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횡설수설하는 성격이라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았다"라면서 "당시 삼성의 지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영재센터 사무국 직원들이 일을 미숙하게 한 것 때문에 나중에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비선의 실체를 사전에 알고 있던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영재센터 지원을 요구받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통해 후원금을 지원했다는 특검 측의 주장과 상반된다.
변호인은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과 독대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대가 합의로 영재센터 지원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삼성은 같은 해 9월까지도 영재센터에 대한 자금 집행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룹 총수와 대통령이 합의를 마친 사안에 대해 회사 측이 후원금 지원을 두 달 가까이 미뤘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