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업계 한숨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건 가운데 유통업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증권업계는 인건비 인상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폭이 최대 2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황원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세우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반면 유통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큰 유통업계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2년 대형마트 출점거리 제한, 영업시간 규제, 2일 의무휴무일이 시행된 이래 대형마트 신규점 출점은 지속 감소하고, 매출은 매년 역신장세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3년간 매년 15~16%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 연평균 임금인상률은 약 3.5%에 그친다.

17일 메리츠종금증권이 유통업체들의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인건비에 인상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폭이 최대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건비가 10% 오를 경우,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7% 감소한다. 이어 이마트 18.1%, 롯데하이마트 12.4%, 신세계 10.0%, GS리테일 10.9%, 현대백화점 5.4%, BGF리테일 5.3% 순으로 영업이익이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단, 인건비를 제외한 매출액과 매출총이익, 판관비 등이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산출했기 때문에 실제 영업이익 변화율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현재 최저임금인 6470원도 감당하지 못하는 점주들이 많다”며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쓰는 경우가 적은 업태는 모르겠지만 편의점 업계는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현재 두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1~4%에 그친다.

또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점주들의 대책 마련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쓰는 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오히려 일자리가 주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약이 이행되지 않아 조심스럽다”면서도 “공약대로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급여가 오를 경우 2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돼 부담이 증가한다. 이를 타계할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즉각 이행하라는 시민단체의 집회가 봇물처럼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당과 알바노조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내년부터 즉각 1만 원으로 인상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지역공동행동 역시 “당장 최저 임금 1만 원을 실현하자”고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임금 인상 의지가 강하고 시민 단체 등의 요구도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높은 외형 성장으로 인건비 등 판관비 증가분을 만회할 수 있는 업체들이 일부 있지만 영세업자나 일부 대형 업체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29일까지 2018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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