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씨티은행장, '정규직 전환' 카드에도 노사갈등 심화…왜?

박진회 씨티은행장(왼쪽 상단)이 16일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는 방침을 내놨지만, 노사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씨티은행 노사가 점포 통폐합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또다시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정규직 전환' 카드를 들고 '노조 달래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갈등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17일 씨티은행에 따르면 박 행장은 전날 오후 임직원들에게 "올해 안으로 무기 일반사무 및 전담텔러 등 전담직원 300여 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환직급은 정규직 행원과 동일한 직급인 정규직 5급이다.

씨티은행은 매년 정규직 행원 채용인원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을 매년 정규직 전환해왔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퇴직금 누진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인원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사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이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변호사·세무사 등 전문계약직과 기간제 근로자 등만 남아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이후 민간기업에서 취한 첫 조치인 만큼 관심이 쏠린다.

현재 씨티은행 노사는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팩트 DB

무엇보다 씨티은행 노사가 점포 축소를 두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어 이번 결정이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씨티은행은 최근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으로 출장소를 비롯해 전국 133개 영업점을 32개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업무를 비대면채널로 대신하고, 직원들은 대형 WM(자산관리)센터·여신영업센터·고객가치센터·고객집중센터 등으로 이동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대규모 점포 축소는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다수의 직원이 콜센터 업무를 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직원 퇴사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 노사는 지난 8일과 11일, 15일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16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노조는 정시출퇴근, 각종보고서 금지, 행내공모에 따른 면접금지 등 3가지 지침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이 본사 계획인 점포 축소 전략은 수정이 불가해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노조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노사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은 그동안 계속해서 요구해왔던 사항인데 지금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특히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았는데 대승적 차원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점포 통폐합을 두고 합의점도 찾지 못해 노조가 쟁의에 들어간 상황에 정규직 전환 결정은 노사갈등을 포장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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