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3일 뒤 경영에 복귀한다. 그간 오너 구속과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CJ그룹은 약 4년 만에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이재현 회장은 컴백 후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그레이트 CJ’ 달성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17일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통합 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에서 열리는 ‘온리원 컨퍼런스’를 통해 그룹 경영 복귀에 나설 예정이다. 매년 열렸던 온리원 컨퍼런스는 이재현 회장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지난 2012년 이후 중단됐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구속수감 된 이후 약 3년 만인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자유의 몸이 됐다. 이후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으나 K스포츠·미르재단 출연 등 최순실 국정농단에 휩싸이면서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현 회장은 신경근육계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 치료차 미국에 머무르며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오너 경영 부재 속에서 CJ그룹은 대규모 M&A에 연거푸 실패했다. 2015년 코웨이, 대우로지스틱스, 티몬,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등 대형 M&A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맥도날드, 동양매직 등 M&A에서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투자규모도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2013년 2조6000억 원, 2014년 1조9000억 원, 2015년 1조7000억 원, 지난해 1조9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한 이재현 회장은 과감한 M&A, 해외시장 개척 등 본인이 구상한 경영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이 지난 2010년 밝힌 ‘그레이트 CJ(2020년 매출 100조 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경영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CJ그룹은 지난해 전체 매출 31조 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30조 원의 벽을 넘어섰지만 2020년 매출 목표는 100조 원에는 한참 못 미쳤다. 이에 CJ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 원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목표 매출은 40조 원으로 잡았다.
앞서 이재현 회장은 복귀를 위한 초석을 다져놓기도 했다. CJ그룹은 지난 3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 CJ대한통운 윤도선 중국본부장이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하는 등 승진자 32명 가운데 12명이 해외지역본부 등 글로벌사업부문에서 배출됐다. 이에 업계는 “글로벌 부문에 힘을 실으면서 해외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오너 시스템도 강화했다. 총수 부재로 비대해진 지주사 조직을 줄이고 소속 임직원을 계열사로 분배해 오너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다. CJ 관계자는 “지주사 인력 규모를 20% 가량 축소해 사업 현장에 배치했다”면서 “지주사는 핵심 기획 기능 위주로 최소화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인사로 경영 후계구도를 구체화한 점도 눈에 띈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씨는 상무대우로 승진하면서 경영참여를 본격화했다. 동생인 이선호 씨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재무파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온리원 컨퍼런스에 이경후 상무대우와 이선호 과장이 이재현 회장과 동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장 경영 승계가 이뤄지진 않겠지만 이재현 회장은 본인의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 3세 승계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CJ가 그룹 본사를 리모델링하고 CI를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CJ그룹 측은 “온리원 컨퍼런스에 이 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복귀 이후에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