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 대선 후보 '재벌개혁·법인세·노동개혁' 공약, 재계 시각은?

9일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대선후보가 내세운 경제 공약에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장병문·권오철 기자] 대한민국은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게이트'를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지나 이제 19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있다. 과연 어느 후보가 새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 전 국민의 관심이 대선 결과에 쏠린 가운데 재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강도에 따라 기업의 경영 환경이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등 유력 대선 후보 5명이 제시한 공약 중 기업과 깊숙이 연관된 재벌개혁·법인세·노동개혁 관련 공약을 살펴 보고, 재계 현장에서 각 공약을 바라보는 재계·산업·금융 등 기업 관계자 50여명의 의견을 지난 1~2일 들어봤다.

◆ 주요 후보 4인 '재벌 개혁'..."공감" 또는 "비공감"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향후 5년간 재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내 재벌 환경이 다시 한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내세운 경제 관련 공약 중 재벌개혁 관련 공약이 두드러진다.

문재인 후보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전자투표제, 서면투표제 도입 등 상법개정을 통해 삼성, 현대차, LG, SK, CJ, 롯데 등 6개 대기업 개혁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대기업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재벌개혁에 다소 소극적인 편이다.

안철수 후보는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재벌의 사익 추구는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유승민 후보는 대기업의 '갑질' 근절에 대해 무게를 두고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는 재벌개혁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5명의 후보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봐주기 근절을 위해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재벌개혁 관련 각 후보 공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 후보는 삼성·현대차 등 6개 그룹 개혁, 상법개정안 찬성, 기존 순환출자 임기내 해소,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홍준표 후보는 상법개정안 일부 찬성, 재벌 총수 사면 원칙대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안철수 후보는 상법개정안 찬성, 일감몰아주기 방지 위한 공시 강화,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공익법인 통한 의결권 행사 제한 ▲유승민 후보는 상법개정안 선별적 찬성, 비리 경영인 경영 참여 불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내걸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대해 "부의 재분배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를 위한 것들" "재벌개혁과 기업규제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가장 근접한 것 같다" "전자투표제와 서면투표제 도입은 주총일정을 간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등 공감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이미 많은 기업이 도입하고 있어 큰 의미가 없다" "제도만 복잡해질 뿐 실제로 재벌개혁이 될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다. 친기업 성향인 홍준표 후보의 공약에 공감하는 관계자들은 "현 규제로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재벌개혁은 꼭 필요한데 공약이 빈약하다" "개혁의지 부족" 등의 지적도 받았다.

안철수 후보의 공약 대해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급진적이지 않은 선에서 공감한다" "인센티브를 이용해 경제환경을 바꿔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중 가장 현실성 있어 보인다" 등의 평가 내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깊은 고민 없이 김종인(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 위원장) 의견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유승민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일감 몰아주기 원천 차단과 총수 일가 개인회사 설립 금지 등은 그나마 현실성 있는 개혁안으로 사료된다" "재벌개혁에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다른 후보보다 실효성이 뛰어나다" "재벌개혁을 위해 중소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에 공감한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장 출신으로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이 녹아든 공약" "과거 드러난 재벌들의 문제점을 해결할 적절한 방안이며 편향되지 않아 좋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적절한 제재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등 다양한 공감의 시선을 보냈다. 유승민 후보의 재벌개혁 공약에 반대하는 재계 관계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심상정 후보의 재벌개혁안에 공감하는 관계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그럴싸한 공약보다는 그동안 일관된 심상정 후보의 언행에 믿음이 간다" "재벌지배와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계열분리 명령제가 필요하다" "대부분 재벌의 문제는 승계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를 원천 차단한다는 심상정 후보에 공감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명령제 시행이 가능할지, 기업 반발에 대한 의견수렴이 가능할지 의문" "기업활동의 자율권 침해 소지가 크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공약" "재벌개혁에 가장 적극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부족해 보인다" 등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 법인세 인상? "돌고 돌아 서민 부담 가중"..."사내유보금 증가는 문제"

재계의 관심이 쏠린 쟁점 공약 중 하나는 법인세 인상 여부다. 법인의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가 법인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15%로 대폭 낮추는 안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덜 거두는 대신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은 22%(소득 200억 원 초과 기업 대상)지만 공제·감면혜택을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18% 안팎이다. 지난 1990년대 초 34%였던 법인세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기업의 고용 창출 등이 기대됐으나 실제로는 법인세 감세분이 사내유보금으로 돌아갔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유승민 후보, 심상정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 네 명은 법인세 인상을 통해 복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에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공제·감면 제도 축소를 통해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올리고 차후 세법상 규정된 명목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직접적인 명목세율 인상을 공약으로 삼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법인세 감세를 하거나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인세 관련 각 후보 공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 후보는 대기업 법인세 비과세·감면 축소, 법인세 최고세율·최저한세율 인상 검토 ▲홍준표 후보는 법인세 인상 반대, 정규직 직원 채용 기업 법인세 인하 ▲안철수 후보는 법인세 실효세율 정상화 우선, 법인세율 25%로 회복 ▲유승민 후보는 법인세 명목세율 25%로 인상 ▲심상정 후보는 법인세 명목세율 25%로 회복, 사내유보금 중 이자ㆍ배당ㆍ임대ㆍ양도 소득 법인세에 10% 할증 과세, 조세특례의 최저한 세율을 현행 10-12-17%에서 10-15-20%로 상향 등으로 요약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홍준표 후보의 공약에 대해 "법인세율은 우리나라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기업의 이윤창출을 통한 투자활성화 및 고용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공감한다" "법인세를 인상하게 될 경우, 결국 돌고 돌아 서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 보다는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법인세 유지·감세는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고 외국 기업 국내 유치에 유리하다" "세액공제 축소는 고용창출 투자나 개발비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너무 많은 돈을 유보금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에 대한 역할 중 중요한 하나는 돈을 사회 곳곳으로 흐르게 하는 데에 일조를 하는 것인데 세금 납부를 통해 소임을 다해야 할 것" "홍준표 후보는 너무 친재벌 입장이라 공감하기 어렵다" 등 반대 의견도 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의 비대화는 경제 양극화를 심화하고 균형 있는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면서 "과다한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면서 심상정 후보의 공약을 지지했다.

◆각 후보들 노동개혁 필요성 공감…후보별 재계 평가는?

근로자의 날이었던 지난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6명의 노동자들은 전원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망 배경에는 열악한 작업 환경과 원청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법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결국 노동자의 생사까지 쥐고 있는 것은 관련 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만큼 엄중한 노동법에 대한 대대적 개혁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 5명은 각기 다른 노동개혁 공약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인 공약을 살펴보면 ▲문재인 후보는 연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 1주 52시간 노동 준수, 노동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 축소, 공휴일의 민간적용 및 연차휴가의 적극적 사용 촉진·일자리 창출 ▲홍준표 후보는 노조 기득권 타파·개혁 초점, 주당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 26개의 근로시간 특례업종 10종으로 축소, 유연근무제·근로시간 저축휴가제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연 1800시간대로 노동시간 단축, 포괄임금제·고정 초과근무 관행 개선, 최소 연속휴식시간제 도입·1일당 1시간 이상의 최소 연속휴식시간 보장, 법정근로시간 준수하는 교대제 개편 적극 지원 ▲유승민 후보는 퇴근 후 SNS 등 통한 업무지시 제한, 근로 시간 사이에 '최소휴식시간(최소 11시간 휴식, 취학 전 부모 12시간, 임신여성 13시간)' 보장 제도 도입, 1주 12시간 초과근로시간 한도뿐만 아니라 1년 초과근로시간 한도 규정 등을 내세우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주 40시간 노동·12시간 연장근로 준수, 2020년부터 주 35시간 노동·5시 퇴근제 도입, 근로기준법을 1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적용, 연 30일 이상 유급휴가 보장 등을 계획 중이다.

상당 수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노동개혁 공약이 실질적으로 많은 기업이 시행할 수 있는 공약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노조 기득권 타파라는 타이틀에 공감이 간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노조는 일방적인 개혁대상이 아니다" "노조 타파는 개벌 개혁 후 가능" "노동자에 대한 전근대적 편파적 사고" "시각 자체에 동의하기 힘들다" 등의 비판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다.

안철수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의 공약에 공감한다"면서 "포괄임금제는 비정상적인 임금형태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유승민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가장 구체적이어서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퇴근 후 SNS 업무 지시는 공감하지만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저녁이 있는 삶에 많은 후보들이 정책을 쏟아 내고 있는 듯하다. 노동시간 단축에 방점을 둔 심 후보 공약이 실현되면 부대효과로 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실효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근로기준법을 1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적용하여 모든 국민이 근로 기준법에 근거한 근로 환경을 조성한다는 공약은 꽤 매력적이다" 등의 공감이 많았다. 반면 한 재계 관계자는 "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기업생산성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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