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의 외출' 최태원 SK 회장, 6년 전 '하이닉스 영광' 다시 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 부문 인수를 직접 챙기기 위해 24일 오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일본에) 다녀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SK그룹의 수장 최태원 회장이 24일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올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일본 도시바 인수전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은 것이다.

이번 출장은 지난 17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최태원 SK 회장이 사정 당국으로부터 무협의 처분을 받은 이후 첫 국외 행보이자, 지난해 11월 협력 강화를 위해 서아시아 산유국을 방문한 지 5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상징성 외에도 지난 2011년 '하이닉스 신화'를 일궈낸 그가 직접 현지 경영진과 만난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24일) 전용기를 타고 출국한 최태원 SK 회장은 오는 26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도시바 경영진은 물론 일본 금융계 인사 및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SK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사업 전략과 메모리 사업 부문에 대한 인수 의지를 설명한다.

무엇보다 오늘(25)부터 본격적으로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는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사업 비전에 대해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실적 역시 최 회장의 '설득 작업'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와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올 1분기에만 6조 원의 매출과 2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1조5361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역대 3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최고 성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 신화를 이뤄낸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대내외 행사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최 회장은 일본 출장길에 오르기 전부터 도시바 인수에 대한 의지를 끊임없이 드러내 왔다. 지난 13일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경영학전문석사(MBA) 강연회' 당시에는 "본 입찰이 시작되면 (인수전 흐름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이어 20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와 하이닉스가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과도 무관하지 않다. 도시바의 글로벌 시장 내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약 18%로 삼성전자(약 37%)에 이어 세계 2위다. 10%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손에 넣으면, 단숨에 업계 2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이 이번 일본 출장을 시발점으로 2011년 M&A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하이닉스 인수 결단'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최 회장과 동행한 그룹 수뇌부의 명단도 시장의 이 같은 기대를 높인다.

최태원 회장이 몸을 실은 일본행 비행기에는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M&A 전문가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함께 탔다. 특히, 박정호 사장은 하이닉스 인수 당시 최 회장의 '통 큰 결단'을 실무로 이행, 오늘날 SK하이닉스를 그룹 핵심 계열사로 만든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출국금지 해제 이후 곧바로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는 것은 그가 얼마만큼 이번 도시바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미 SK하이닉스 인수로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혜안'을 검증받은 바 있는 최 회장이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회사 경영은 물론 그룹 총수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 메모리 2차 입찰은 다음 달 중순 종료된다. 지난달 말 마감된 1차 입찰에서는 대만 홍하이가 3조 엔(약 31조 원)으로 가장 많은 입찰금액을 써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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