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하면 '불륜' 타기업은 '로맨스' 변호인 공세에 말문 막힌 특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네 번째 공판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다른 대기업과 동일하게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지원한 삼성에만 뇌물죄 혐의를 적용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판부에서도 특검에 묻겠습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 외 다수 대기업에서도 출연금을 지원했는데 삼성에만 혐의를 적용한 이유는 뭔가요?"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공소내용에 형평성에 대한 변호인의 문제 제기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렇다 할 해명에 나서지 못한 채 수세에 몰렸다.

1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네 번째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삼성 측이 공소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한 것은 특검이 황창규 KT 회장의 진술 조서 내용을 공개하면서부터다.

특검은 지난해 2월 황창규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더블루케이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등 비선 실세 최순실의 사적 재단에 대한 지원 요구를 받고도 거절한 사례를 증거자료로 제시하며 삼성의 행태를 지적했다.

진술 조서 내용에 따르면 황창규 회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씨가 소유한 더블루케이의 연구 용역제안서와 영재센터에서 작성한 스키단 창단 제안서가 담긴 봉투를 받고 회사 비서실장에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나 KT 측은 내부 검토 결과 더블루케이 용역대금(3억 원)이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은 물론 영재센터 측 요구 역시 스키단 규모에 비해 운영경비가 너무 많다고 판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지원 거절 견해를 전달했다.

특검은 "KT는 3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도 철저한 검증을 거쳤지만, 삼성은 실무진이 독일까지 날아가 최순실 소유의 비덱스포츠와 200억 원이 넘는 용역계약을 체결하고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기업에 대해서는 왜 기소하지 않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지원한 기업에 대한 수사 우선순위는 부정한 청탁 여부에 뒀다. 삼성그룹 등 특정 대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KT와 삼성의 사례는 단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KT 역시 지난해 1월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11억 원, 7억 원씩 모두 18억 원을 지원했다. 특검의 설명대로 꼼꼼한 검증을 거쳤다면 어째서 KT에서 삼성과 마찬가지로 두 재단에 자금을 지원했겠느냐"며 따져 물었다.

이어 "삼성과 KT는 사회공헌비용 규모와 부담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 삼성이 두 재단에 출연한 금액은 KT와 비교해 11배가 넘는다. 수치상으로 단순비교를 할 거였으면 삼성은 영재센터에 3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했어야 한다"라며 "삼성이 승마지원을 결정했을 때는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원이 허술하다'는 질책을 받았다. 만약 황창규 회장이 이 같은 질책을 받았다면, 과연 특검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또 "삼성을 제외한 다수 대기업에서 모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지원했다"라며 "기업의 출연금에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대가관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양측 합의가 없었다면, 이는 당연히 '뇌물공여'가 아닌 '강요'다. 특검의 공소내용을 살펴보면, 삼성에서 청와대에 대가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없다. 어째서 삼성에 대해서만 대가관계가 성립한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펴고 있는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재판부에서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지원한 KT를 비롯해 다른 대기업은 왜 기소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특검은 "서면으로 의견진술 하겠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검은 "KT에 대해서는 특검이 수사를 하지 않아 정확한 경위를 모르겠지만, 특검에서는 출연 기업 가운데 수사 우선순위를 금액의 차이를 떠나 부정한 청탁 여부에 뒀다"라며 "총수 사면 의혹이 불거진 SK와 면세점 사업권 문제가 거론된 롯데, 경영권 승계 의혹이 불거진 삼성그룹 등 특정 대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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