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명재곤 기자] 법정에서 삼성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대선TV토론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유죄를 전제로 대선 후보 간 사면 여부를 다퉜다.
어제(13일) 실질적 삼성 총수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법정과 대선토론장의 두 풍경은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재벌체제 혁신작업이 국민적 관심사로 급부상한 지 오래됐는 데도 낯설었다.
그 어색함의 이유는 간단했다. 단적으로 유·무죄 확정이 나지않은 특정인을 두고 대선 후보들이 사면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입씨름을 하는 게 일단 법 상식에 어긋나서다.
구속 상태에서 법적 다툼을 벌이는 이 부회장 측의 항변은 아랑곳없이, 대선 후보들마다 정치적 입장을 앞세워 사면 공방을 펼치는 게 여러모로 '계산된' 정치적 행위같아서도 그렇다.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엄중한 법의 잣대를 적용해야 함은 마땅하다. 마찬가지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면 이 부회장 역시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법정에서 보내온 취재기자의 삼성 측 주요 변론을 옮기면 이렇다.
"절대적인 권력자의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최순실 씨의 요구를 거절하면 회사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다." 최 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자매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다. "실질적으로 재단 출연금 지원과 같은 문제는 이 부회장이 아닌 최(지성)부회장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
삼성측 변호인들은 뇌물공여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고 회색 정장차림으로 두번째 공판에 참석한 이 부회장은 피고인석에서 곧은 자세로 특검과 변호인단 진술을 경청했다고 한다. 삼성 측은 국정 농단세력과의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라는 주장을 줄곧 펴고 있다.
반면, 같은 날 이 부회장은 장미 대선 첫 TV토론에서 절반은 유죄가 확정(?)된 신분으로 공방의 대상이 됐다. TV토론 시청 후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이재용 이슈는 대선 이후 새 정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작동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친재벌 정권을 끝내겠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칼날을 뽑았다. 심 후보는 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이재용의 덫'에 끌어들였다.
"이 부회장이 유죄를 받을 경우 사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 있느냐"고 심 후보의 직격 질문에 문 후보는 "특정인을 사면불가 하겠다고 하는 것은 조금 부자연스러운 정치"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이 부회장이 어떻게 특정 개인인가. 정경유착과 양극화의 주범이고 재벌이고 권력의 정점이다"고 재차 되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대통령 사면권 제한 속에 답이 있다"며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는 것이다. 국민의 뜻에 배치돼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추겠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심 후보가 유독 문 후보와 '사면'논쟁을 벌이는 속내는 분명하다. 부정부패 재벌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을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문 후보와 함께 강조하고 싶었을 게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 '유죄를 받을 경우'라는 가정법을 썼지만 사면허용 여부를 질문한 자체가 여론에 특정인의 유죄를 기정사실화하는 고도의 화술"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내비추기도 했다.
문 후보 외 여타 후보들의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생각은 아마 박근혜 전 대통령건과 결부하면 유추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재판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너무 앞서간 이야기다. 저는 사면권은 남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법치는 누구보다 엄격해야 하지만, 사법적 판단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 그때 가서 국민들의 요구, 시대적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아직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분에 대해 지금 사면권을 논한다는 것은 잘못됐다."(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심 후보는 이달 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헌법 11조가 규정한 '법 앞의 평등'은 법의 내용만이 아니라 적용과 집행에 있어서도 평등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유·무죄를 먼저 엄중하게 가리는 게 우선이다.
재판부가 해당 재판을 기존 주(週)2회에서 3회로 늘리겠다는 것은 특검법상 주어진 시간내 법리다툼의 쟁점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공범인가 피해자인가. 문 후보와 심 후보는 같은 생각일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