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의정부=권오철 기자] "GS건설, 의정부 경전철 30년 운영 의무 저버리고 먹튀(먹고 튀었다)."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 자격 없어."
GS건설(대표 임병용)이 최대주주(보유지분 47.54%)로 있는 의정부경전철주식회사(이하 회사)가 경영난에 부딪혀 지난 1월 파산을 신청한 가운데 의정부 시민들로부터 터져나온 지탄의 목소리다. GS건설은 파산에 따른 수천억 원의 해지시 지급금을 의정부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의정부시는 지급 불가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서며 법정 다툼을 예고하며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GS건설은 서울시가 계획 중인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을 새롭게 추진해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GS건설의 의정부 경전철 사업 실패가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을 수주하는 데 벌점으로 작용할 법적 근거는 현재 없다. 하지만 GS건설이 또다시 시공이익만 챙기고 30년의 운영 약속을 저버리는 사태가 서울시에서 재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 의정부경전철회사, 30년간 운영을 맡겠다 약속 했으나…
의정부경전철 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투자한 이른바 '민간투자사업'이다. 지자체가 민간투자사업을 하는 이유는 민간자금을 끌어들여 부족한 재정을 보완하고 운영면에서 민간의 효율적인 경영기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총 6700여억 원의 사업비 중에서 의정부시가 48%, 시공사인 GS컨소시엄(회사: GS건설, 고려개발, 한일건설, 이수건설, LS산전, 시스트라, 유니슨)이 52%의 비율로 투자했다. 총 민간투자비 3800억여 원에서 911억 원은 자기자본이며, 나머지 금액은 5개 금융기관(대주단: 국민은행, 농협은행,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한화생명보험, 동양생병보험)에서 대출받았다.
의정부시는 주무관청으로서 경전철 시설의 소유권을 갖고, 회사는 30년간 무상으로 시설의 관리운영권을 취득하는 방식(BTO : Build-Transfer-Operate)으로 협약이 체결됐다. 이는 회사가 30년간 경전철의 운영을 맡겠다는 약속이었다. 또한 운영수입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투자 대출금을 갚겠다는 기대가 포함됐다.
◆ "수요 예측 실패로 수천억 원 적자"…회사 측 파산 신청
문제는 의정부경전철 이용객 수에서 터졌다. 당초 의정부시와 회사는 경전철에 대한 수요를 개통 첫 해 하루 7만 9000명, 2015년에 들어서는 10만 명을 돌파, 2033년부터는 15만 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의 하루 승객은 예상수요 대비 15% 수준인 1만 2000명에 그쳤고 2016년 말에는 30% 수준인 기준 3만 5000명에 머물렀다.
결국 회사는 운영수입으로 운영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개통 2년 만인 2014년 7월 911억 원의 자본이 완전 잠식됐고, 2015년 9월 기준 누적 적자가 2000여억 원(무형자산인 관리운영권의 감가상각 1000여억 원 포함)에 달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사업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회사는 2015년 11월 사업시행조건 조정을 제안하며 의정부시에 연간 145억 원의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사업이 해지될 경우 협약에 따라 의정부시가 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해지시지급금(약 2200억 원)을 매년 분할 지급해달라는 의미였다.
의정부경전철 사업 실시협약에 따르면 어느 당사자가 의무 불이행을 행할 경우 상대 측이 의무 불이행 측에 협약 해지를 통보할 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경우 파산은 회사 측의 의무 불이행이므로 의정부시가 해지를 통보하면 협약상 해지가 인정되는 동시에 의정부시가 회사에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때 해지시지급금은 민간 투자비용의 감가상각을 제외한 금액이다.
의정부시는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해당 사안에 대한 검토를 의뢰하고 수차례 회사 측과 협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의정부시가 회사에 제시한 지원 금액은 운영비에 대한 부족금액과 추가비용(50억 원+α)이었다. 의정부시는 회사의 운영손실에 대한 지원은 가능하나 회사의 대출금에 대한 지원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회사는 실시협약 해지를 위해 지난 1월 11일 출자자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파산을 의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 파산 책임은 누구에게?…해지시지급금 2200억 원 "줘" vs "못 줘"
의정부시는 회사의 파산 신청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사업시행자의 비도덕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실시협약상 30년간의 경전철 운영 의무를 저버린 결정에 대해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 4월 현재까지 현금 손실액은 2300억 원이다. 회사가 30년 운영 약속을 이행해 2042년까지 운영했을 경우 1조 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된다"며 파산이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의정부시가 회사의 145억 원 지원 제안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4000억 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2024년 혹은 그보다 이른 시점에서 의정부경전철 사업은 수익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여기서의 수익이 대출금 상환을 포함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라며 "대출금에 대한 채무는 전적으로 회사 측의 책임이다. 의정부시가 회사의 대출금을 책임지는 구조라면 애초부터 민간투자사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이 회사의 파산신청을 인용하면 민간투자사업이 운영 중 파산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면서 "이는 다른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민간투자사업 반에 걸친 부정적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파산은 신청한 지 한두 달 안에 선고가 되지만 법원은 약 세 달에 걸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만약 회사의 파산신청이 인용되더라도 의정부시는 회사에 대한 해지를 통보하지 않을 방침이다. 실시협약은 해지를 통보해야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파산법을 통해 협약이 해지되더라도 이는 실시협약에 따른 해지가 아니라는 것을 근거로 해지지급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의정부시의 주장이다.
재판에서는 파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의정부시는 수요 예측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사 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지난 2001년 작성한 민간투자 시설사업기본계획에서 '사업신청자는 자기책임으로 연차별 교통수요를 추정·제시하고 이를 근거로 이용운임을 산정 제시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회사는 정부가 수립한 '의정부 경량전철건설사업의 사업성평가'등의 보고서를 참고해 당초 10만 명의 예측 수요를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 보고서는 하루 9만9000명의 수요를 예상했다. 이후 의정부시와 PIMAC, 회사가 합의해 최종 수요 7만9000명이 결정됐다. 회사 측은 의정부시가 최종 예측수요에 관여한 만큼 의정부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 GS건설 경전철 사업 재도전…'제2의 먹튀' 우려 낳아
GS건설은 의정부경전철 사업에 대한 파산신청을 한 지 약 열흘 후인 지난 1월 24일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는 PIMAC에 제안서 검토를 맡긴 상태다. 당초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은 삼성물산이 사업제안 주간사로 참여했었으나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이후 GS건설이 지분을 이어받았다.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은 총 사업비가 1조4000억 원으로 의정부 경전철 사업비의 두 배를 훌쩍 넘는 대규모 사업이다. 예상 수요인원은 하루 총 16만 명이다. GS건설은 이번에도 시공 이후 30년을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제안서에 담았다.
현재로선 GS건설의 의정부 경전철 사업 실패가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GS건설의 의정부 경전철 파산 신청이 위례·신사선 사업자 선정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면서 "페널티(벌칙)를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제안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위례·신사 경전철은 의정부 경전철과 상황이 다르다"면서 "위험부담을 시와 나누는 방식으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GS건설의 새로운 경전철 사업 추진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원이 의정부 경전철에 대한 회사의 파산신청을 인용할 경우 GS건설이 향후 위례·신사 경전철 사업에서 또다시 빠져나가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나"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GS건설은 이전 사업에서 비슷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GS건설은 경전철 사업 외에도 천안·논산 고속도로, 서울외곽(일산·퇴계원) 고속도로 등 민자고속로도 사업에 참여해 거액의 건설 사업비를 챙긴 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사 등에 지분을 매도했다. 이때도 30년간 운영 약속은 마찬가지로 무색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실 관계자는 "막대한 공사금을 챙기고 경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것은 민간투자자사업의 기본 취지와 거리가 멀다"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민간투자사업을 만들어낸 의도 자체를 좌지우지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