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 주, 경제계에는 만개한 벚꽃만큼이나 크고 작은 일들이 세인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먼저 현대자동차는 렉서스 ES300h의 경쟁 모델인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롯데는 창립 50주년에 맞춰 롯데월드타워를 공식 오픈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했습니다. 중견제약사인 일성신약의 '삼성물산 투자'로 대표되는 높은 투자 성향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권오철·이성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권오철 기자]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이끌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공개하고 경쟁 모델인 렉서스 'ES300h'와 점유율 경쟁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더팩트> 이성로 기자가 '그랜저IG 하이브리드'와 'ES300h'를 모두 타 보고 구체적으로 장단점을 비교해 봤다고 합니다. 자세한 얘기를 들어 보죠.
◆ 현대차의 천명…그랜저IG 하이브리드 > 렉서스 ES300h
-그랜저IG 하이드리드와 렉서스 E300h, 자동차 업계의 화두였죠.
-네, 현대차는 지난달 30일 2017 서울모터쇼에서 그랜저IG 하이드리드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지난 5일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2017년 올해의 차'에 선정된 6세대 그랜저의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연비와 디자인, 편의성 등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갖춰야 할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목표로 개발됐다는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특히 현대차 측은 '경쟁 모델'로 점찍은 렉서스 ES300h보다 우수한 재원을 지녔다며 직접 비교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경쟁 모델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비교 자료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를 유추해보면 렉서스 ES300h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렉서스의 ES300h는 어떤 차인가요?
-ES300h는 렉서스를 대표하는 효자 모델입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6112대를 팔아치워 BMW 520d(7910대), 메르세데스-벤츠 E300(6169대)에 이어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3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공개한 비교 자료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박상현 중대형 총괄PM 이사는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경쟁 모델보다 차체가 크고, 트렁크 공간도 넓으며 연비 또한 높다"면서 "그러면서도 가격에서는 1730만 원(최저가 트림 기준) 이상 저렴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차가 공개한 비교 자료를 살펴보시죠. 먼저 연비입니다. 현대차 측정 기준에 따르면 그랜저IG 하이브리드의 공시 기준 연비는 리터당 16.2km이고, 구연비 측정 기준으론 리터당 17.3km가 나왔습니다. 구연비 측정 기준으로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16.4km/ℓ의 ES300h보다 0.9km/ℓ 높습니다다. 최대속도 역시 시속 183km로 ES300h(시속 180km)에 앞서고, 실용발진(0→20km/h) 역시 2.2초로 3초의 ES300h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정숙성에서도 미세하게 ES300h에 앞섰습니다. 가속소음(51dB-52dB), 노면소음(62dB-63dB), 정속소음(64dB-65dB) 모두 1dB 소음이 적었습니다. 거주성과 트렁크 용량도 마찬가지인데요.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전장(4930mm-4900mm), 전폭(1865mm-1820mm), 전고(1470mm-1450mm), 축거(2845mm-2820mm)은 물론 트렁크 용량 역시 426ℓ로 414ℓ의 ES300h보다 넓었습니다.
-가격 차는 어떤가요?
-소비자에게 가장 민감한 가격 역시 운전자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는데요.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먼저 보면 프리미엄 3540만 원, 익스클루시브 3740만 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은 3970만 원 순입니다. 반면 렉서스의 ES300h는 프리미엄 5270만 원을 시작으로 슈프림 5680만 원, 이그지큐티브는 6470만 원입니다. 적게는 1730만 원부터 많게는 2500만 원 차이가 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시승 결과는 어땠나요?
개인적으로 지인 차량이 렉서스 ES300h이기 때문에 직접 운전대를 잡아보기도 했고, 조수석에 수없이 앉아봤던 경험이 있습니다. 정숙성은 물론 주행성까지 잡은 최고 하이브리드 모델로 생각했던 차량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승 결과 그랜저IG 하이브리드가 ES300h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숙성은 물론 가속력까지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더불어 헤드업 디스플레이, 컬러 LCD 클러스터, 어라운드 뷰,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과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 등 편의·안정 장치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시승 차량이 문제인지, 그랜저IG 하이브리드 전체 차량의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브레이크 페달의 제동 기능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 롯데 창립 50주년 맞아 열린 마천루 '롯데월드타워'
-지난 2일 일요일 밤 온오프라인을 모두 뜨겁게 달군 불꽃쇼가 펼쳐졌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화합의 불꽃 축제'였는데요,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이라 그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이 불꽃 축제가 롯데월드타워의 그랜드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하던데요?
-네. 2일 밤 약 11분간 화려한 불꽃쇼가 펼쳐졌죠? 다음 날인 3일, 국내 최고 높이이자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가 오픈했습니다. 이날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967년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를 창립한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라 더 뜻 깊었고요.
-1986년 부지를 매입한 후 30년만의 오픈한 만큼 감격스러웠겠네요.
-그렇습니다. 당시 롯데는 819억 원에 롯데월드타워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신 총괄회장이 "서울에도 세계적인 명소 하나쯤 있어야 뉴욕이나 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며 초고층 명소를 강조한 데 따라 프로젝트가 추진됐고, 2010년 11월부터 착공에 들어갔죠. 연인원 500만 명 이상이 투입돼 지난 2월 9일 서울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을 때까지 만 6년 3개월, 2280일이 걸렸습니다. 초고층 프로젝트가 민간기업 주도로 진행된 것은 롯데월드타워가 처음이고요.
-신 총괄회장에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대를 이어온 프로젝트군요. 오픈식에는 신 회장이 참석했나요?
-네. 3일 오후 롯데월드타워 76층 ‘시그니엘서울’에서 오픈식이 열렸고, 신 회장을 비롯해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건강 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갖춰놓는다는 계획입니다.
-숙원사업을 완성한 만큼 그 각오도 남다르겠는데요?
-그렇죠. 40억 원짜리 불꽃 축제로 포문을 연 것만 봐도 롯데가 롯데월드타워에 거는 기대를 알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은 오픈식에서 "롯데월드타워가 국가대표 랜드마크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근에 있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연계해 연간 1억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고요. 롯데월드타워를 '희망의 상징' '세계 속 위상'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123층이나 되는 수직 복합도시인 만큼 내부 시설도 엄청날 것 같습니다.
-롯데월드타워 내에는 '서울스카이' '스카이데크' '시그엘 서울' 등 관광객을 불러 모을 다양한 시설이 위치해 있습니다. 롯데월드타워의 1층부터 12층까지는 금융센터, 메디컬센터, 피트니스센터 및 갤러리 등 원스톱(One-stop) 리빙을 위한 시설이 입주하고요. 기존 에비뉴엘 건물 8층과 9층과 타워의 8층, 9층은 연결돼 있습니다. 면세점이 추가로 확장돼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립니다. 또, 지하1층과 지하2층 그리고 117층부터 123층까지 총 9개층에는 세계 3위 높이의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가 문을 열고 관광객을 맞을 예정입니다.
-'서울스카이' 전망대에는 어떤 시설이 있나요?
-"서울스카이'에 올라가면 가시거리가 최대 40km까지 나와 인천 송도와 서해까지 관망이 가능합니다. 118층에 위치한 '스카이데크'에서는 478m 높이의 투명한 유리바닥 아래로 전망을 즐길 수 있고, 불투명 유리가 투명 유리로 바뀌는 '매직 스카이데크'도 별도로 마련돼 있죠.
117층에서는 미디어 파사드 기법을 활용한 '스카이쇼'가 펼쳐지고, 118층에서는 '스카이시어터' 공연도 합니다. 102층에는 '스카이테라스', 123층에는 라운지바인 '123 라운지'가 있습니다.
-하루 숙박 비용이 2000만 원에 달하는 '시그니엘 서울' 얘기도 많이 들리던데요?
-네. 롯데월드타워 내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이자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높은 호텔인 '시그니엘 서울'이 76층부터 101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그니엘 서울은 롯데호텔의 최상위 호텔 브랜드지요.
특히,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Yannick Alléno), 웨딩 디자이너 크리스틴 반타(Kristin Banta), '못의 작가'로 알려진 유봉상 작가,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박선기 작가 등 각 전문가의 모든 노하우가 집대성돼 6성급 호텔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전 객실(235실)에서 서울의 스카이라인 야경을 조망할 수 있는데, 100층에 위치한 로얄스위트룸 1박 숙박비용이 2000만 원에 이릅니다.
◆ 케이뱅크, 흥행 가도 이어갈까…금융권 분위기는?
-지난 한 주 금융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죠.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하면서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면서요.
-케이뱅크는 3일 그랜드 오픈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는데요. 국내 '1호'이자 25년 만에 출범하는 시중은행인 만큼 현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취재진들이 몰렸습니다. 실제 이날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선 한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행사를 다니면서 이렇게 주목받기는 처음"이라며 놀랐는데요. 저 역시 금융권 행사 중 기억에 남을 정도로 취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남달랐던 것 같아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서 내려오질 않았으니까요. 실제로도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였나요?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8시 기준 가입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는데요. 이는 오픈 직후부터 1분당 21명이 계좌를 개설한 셈인데, 출범 사흘 만에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10만 돌파'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은행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은행권의 반응은 어떤가요?
-케이뱅크가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긴장하는 분위기인데요. 실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은 케이뱅크를 '경쟁자'라고 표현하며 "한 발 빨리 의사결정을 하고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케이뱅크에 출범에 대해 "겁이 덜컥 났다"며 솔직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출범 초기인 만큼 관심이 쏠렸을 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혁신'이라고 하기에는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과 크게 다른 점을 찾지 못하겠고, 시중은행이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이를 뚫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생각보다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였지만, 성공했다고 확신하긴 이른 것 같다.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호 인터넷은행으로 알려진 카카오뱅크는 언제쯤 출범할까요?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카카오뱅크에 대한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는데요. 카카오뱅크는 금융거래 테스트 및 지급 결제망 연계 등을 거쳐 이르면 6월 말쯤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뱅크까지 출범하게 되면 은행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 일성신약, 투자사업에 적극적…제약사들의 '사업 외도'는 트렌드?
-일성신약 건으로 넘어가 보죠. 일성신약은 일반 소비자에게 낯선 제약사인데요. 과거 삼성물산 주식 투자로 이름을 알렸죠? 제약사보다는 투자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새겨져 있는데, 어떤 회사인가요?
-네, 일성신약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 지분율이 2.05%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물산의 5대 주주였던 일성신약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일성신약의 2015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17억 원, 26억 원이었지만 순이익이 1000억 원에 육박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주식 처분으로 많은 수익을 챙겼기 때문입니다.
-일성신약의 투자 실적이 두드러진 것은 창업주 윤병강 회장이 금융투자 전문가이기 때문이란 평가도 있죠?
-그렇습니다. 윤 회장은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의 전신인 동양증권을 세운 이력이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제약업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일성신약의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액은 12억5000만 원으로 매출액 대비 1.9%에 불과합니다. 제약업계는 최근 '신약만이 살길'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분위기입니다. 일성신약이 향후 투자에 비중을 높일지, 본업에 충실할지 아직은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관계자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일성신약처럼 본업 외에 다른 사업에 주력하는 제약사들도 있나요?
-제법 많은 제약사가 제약업에 올인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제약사가 본업을 떠난 '사업 외도'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제약사가 음료나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을 자주 보셨죠? 지난해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광동제약은 음료 회사로도 입지가 탄탄합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삼다수' 등이 있는데 지난해 음료 매출로만 3000억 원을 돌파했죠.
'마데카솔'로 유명한 제약사 동국제약은 마데카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론칭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 일동제약은 '고유에'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대웅제약의 윤재승 회장이 최대주주인 디엔컴퍼니는 '이지듀' '에스테메드' '셀리시스' 등의 화장품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제약사는 '치료' 이미지가 있어 화장품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이처럼 많은 제약사가 실적을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데요. 신약개발이라는 본업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