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국내 최장 1회 충전 주행거리(383km)'라는 타이틀을 안고 한국에 착륙한 한국지엠 쉐보레의 볼트EV. 지난 6일 시승행사에서 체험한 볼트EV는 단 한 번의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뜬하게 달릴 수 있었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맞먹는 주행성능도 보여 ‘소리 없이 강하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절로 나오게 했다.
한국지엠은 일산 킨텍스에서 '쉐보레 볼트EV 드라이빙 센터'를 마련하고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시승 코스는 킨텍스를 출발해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왕복 45km 구간이었다. 긴 코스는 아니었지만, '가다 섰다'를 반복하는 도심 코스, 고속 주행을 시험할 수 있는 자유로까지 볼트EV의 진가를 느끼기엔 충분한 구간이었다.
이번 볼트EV 시승행사는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 순수 전기차 첫 시승이라는 설레임과 ‘소형 전기차가 얼마나 달릴 수 있겠어’라는 의문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1시간 30분의 시승을 마친 뒤에는 '와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동승한 기자는 물론 대부분 미디어 관계자들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아담한 외관'이었다. 기존 스파크, 현대자동차 모닝과 비교해 크게 차별성을 느끼진 못했다. HID 헤드램프와 LED가 장착된 주간 주행등, 17인치 투톤 알로이 휠은 세련미를 뽐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론 크게 와 닿진 않았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차량 측면에 적용된 볼트EV 레터링이었다. 블루 컬러로 포인트를 줬는데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소형차의 편견을 깬 것은 예상보다 널찍한 내부였다. 키 180cm의 기자가 앉기에 앞좌석, 뒷좌석 모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한국지엠은 "오버행(차량 앞, 뒤부터 바퀴까지 거리)을 줄이고, 휠 베이스(타이어의 맨 앞바퀴와 맨 뒤바퀴까지의 거리)를 최대한 늘려 쾌적하고 넉넉한 실내공간을 실현했다"면서 "쉐보레의 첨단 기술력으로 시트 두께를 최소화한 씬시트(Thin seat)를 적용해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열 시트는 성인 남자 두 명이 앉아도 좁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특히.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배치한 2열 시트 바닥은 돌출형 터널이 없는 평평하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레그룸 역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1열 시트에 무릎이 닿는 일반 소형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돋보였다. 준중형차 정도의 레그룸을 확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전석에 앉자 시원시원한 크기의 대형 컬러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클러스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10.2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제공하는 쉐보레 마이링크(MyLink)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8인치 스마트 디지털 클러스터는 애플 카플레이를 포함한 첨단 커넥티비티 시스템 활용과 전기 에너지 모니터링 등 최첨단 IT 기술을 탑재했다. 차량 정보 및 배터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전기 모터로만 구동되는 차량답게 정숙성은 말할 나위 없었다. 시동이 걸렸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가속력은 상식을 뛰어넘었다. 고효율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과 고성능 싱글 모터 전동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해 204마력(150kW)의 최고출력과 36.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119마력·88kW)과 비교하면 볼트EV의 전기모터 출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7초 이내를 자랑할 정도다.
실제로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속도가 올라갔고, 시속 130km가 넘는 속도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감 있는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앞선 차량을 추월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함께 동승한 기자 역시 볼트EV의 가속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코너링에서 쏠림 현상은 느낄 수 없어 마치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볼트EV만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옵션도 눈에 띄었다. 먼저 '원 페달 드리이빙(One-Pedal Driving)' 기능이다. 기어 시프트를 'L'에 맞추면 가속 페달만으로 가속과 감속을 조절할 수 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감속할 수 있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리젠 온 디멘드(Regen on Demand)' 기능은 스티어링 휠(운전대) 왼쪽 뒤에 장착된 패드를 누르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정차할 수 있다. 운동 에너지를 배터리로 저장할 수 있는 두 옵션을 잘 활용하면 기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383km)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한국지엠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시트 두께를 최소화했다는 씬시트는 딱딱한 느낌을 많이 받아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저속 주행에선 소음을 느낄 순 없었지만,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은 피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운전석과 보조석 모두 전동시트를 볼 수 없었다.
볼트EV의 출시 가격은 4779만 원, 세이프티 패키지 포함 4884만 원이다. 보조금 혜택을 모두 받으면 20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다만,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올해 수입 물량이 모두 동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사전계약 시작 2시간 만에 초도 물량(400대)이 모두 완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