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정식 재판이 내일(7일) 1차 공판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첫 재판 이후 다음 주부터 '삼성재판'을 매주 3회씩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특검의 공소내용의 범위가 넓고 관련 자료들이 너무 많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지만, 이례적인 법원의 강행군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앞서 '삼성→박 전 대통령→최순실'로 이어지는 뇌물공모 혐의자들의 '뇌물죄 프레임'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7일 오전 10시 1차 공판이 진행된 이후 2차 공판이 시작되는 오는 12일부터는 매주 세 차례(수, 목, 금요일)씩, 한 회차당 오전 10시와 오후 2시로 나눠 진행된다. 다시 말해 한 주에 6번씩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간 재벌총수의 경제 범죄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서 많은 재판이 치러졌지만, 이번 '삼성재판'과 같은 일정으로 진행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물론 오전과 오후를 형식적으로 구분만 해놨을 뿐, 사실상 점심시간의 공백을 제외하면 하루에 한 번씩 재판을 진행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재판부에서 한 꺼번에 3회차 일정을 미리 공지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삼성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달 9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세 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의 공소내용은 물론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이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삼성 측 변호인단이 특검에 요구한 증거자료조회 등 재판 준비에 필요한 일련의 준비과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지적사항에 포함됐다.
때문에 재판부의 강행군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정 당국이 특검의 핵심 기소내용인 '삼성→박 전 대통령→최순실'로 이어지는 뇌물죄 연결고리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뇌물을 '준 쪽'으로 의심받는 삼성에 대해서만 재판 일정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삼성 측은 공판준비기일 때부터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인 뇌물 공여 혐의 일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과정에서 일련의 사업활동과 관련해 어떠한 부정한 청탁도 없었고,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겠단 취지의 발언을 들은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지원,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재단 출연금 지원은 정부 주도의 공익사업 참여였고, 승마지원은 그 목적 자체가 올림픽을 대비해 여러 선수를 지원하는 데 있었으며 정유라 씨 개인만을 위한 지원이 아니었다"며 '제3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도 완강히 부인했다.
삼성과 뇌물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도 각각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와 재판과정에서 '뇌물죄'에 대한 혐의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특히, 최 씨의 경우 지난 4일 진행된 첫 정식 재판에서 "선의를 베푼 삼성 측에 죄스러운 마음"이라는 견해를 밝히며 "삼성의 경영 및 지배구조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특검이 '뇌물죄 프레임'을 정해 놓고 진술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였고, 삼성이 제공한 자금 지원이 이들의 사적 이익을 위한 '뇌물'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증거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뇌물죄'라는 공통 혐의에 유력한 피의자 모두가 자신들의 혐의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고, 무엇보다 (뇌물을) 받은 쪽으로 의심받는 핵심 인물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삼성재판'에만 속도를 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