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출범을 앞두면서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은산분리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 '자본 확충'이라는 큰 산이 남겨져 있다.
K뱅크는 오는 3일 은행 서비스를 공식 오픈한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자 24년 만에 출범하는 새로운 은행이다. K뱅크는 2015년 11월 금융위원회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고, 지난해 12월 본인가를 받았다. 당초 올해 초 출범을 목표로 뒀으나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테스트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자동화기기(ATM)나 모바일, 인터넷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다. 시중은행이 인터넷·모바일뱅킹을 운영하고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 행위 자체를 인터넷으로 영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점포가 필요하지 않아 운영비와 인건비 등이 절약되는 만큼 수수료가 저렴하다. 금리 면에서도 예금이자는 높고 대출이자는 낮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부분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자는 현금 외에도 통신 데이터나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를 고객들이 선택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카드망 대신 은행망을 이용하는 직불방식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해 0%대의 수수료로 카드 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보통신(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금융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시장의 경쟁을 촉발할 '메기'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 확충'이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은산분리법'에 발목이 묶여 자본 확충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인 데다 주력인 중금리대출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초기 자본금 2500억 원으로 시작했으나 2~3년 내에 2000억~3000억 원의 추가 자본이 필요한 상태다.
출범 초기인 만큼 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유상증자가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다. 실제 심성훈 K뱅크 행장도 "자본금 2500억 원으로 출발했는데 시스템 개발, 인건비 등으로 사용하다 보니 대출을 진행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라며 "예금 등 수신을 받긴 하겠지만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K뱅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KT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은산분리법으로 인해 비금융주력사업자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는 최대 10%(의결권은 4%)에 불과하다. KT가 주도적으로 자금을 확대하고 싶어도 다른 주주들이 나서지 않으면 지분율이 변동돼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이다.
증자를 하더라도 금융권 등 타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질 경우 KT 중심에서 벗어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뱅크는 KT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은 물론 현 행장도 KT 계열사 전무 출신으로 KT가 주도하고 있지만 지분 구조에서는 애매한 상황이다.
K뱅크 측도 은산분리법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 K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법이 개정돼야 자본 확충은 물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법이 통과돼야 증자 또한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자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는 당연히 수반돼야 하는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2~3년 내에 2500억 원의 증자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