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춘' 쏘나타 '배짱 인상' SM6…달라진 '가격표', 시장판도 바꾸나

현대자동차가 지난 8일 출시한 7세대 쏘나타의 부분변경 모델 쏘나타 뉴 라이즈가 하루 평균 300대를 훌쩍 넘는 계약 대수를 유지하며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업체 간 상반된 가격 정책으로 상위권 판도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중형차 시장에서 순수 자가용 판매에서 1위에 오르며 '신흥 강자'로 급부상한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의 'SM6'가 예고 없는 가격 인상으로 구설에 오른 사이 30여 년 동안 지켜온 중형 세단 '만년 1위'가 위태해진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자사 중형 세단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 '쏘나타 뉴 라이즈'의 몸값을 낮추며 총공세에 나섰다.

28일 현대차와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쏘나타 뉴 라이즈'는 지난 8일 출시 이후 하루평균 300대 이상의 계약 대수를 유지하고 있다. 출시 이후 영업일 기준으로 11일 만에 3800대 이상의 계약 대수를 기록한 새 모델은 28일 기준으로 이미 4000대를 넘어서며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쏘나타 뉴 라이즈'의 선전에 힘입어 이달 '쏘나타' 전체 누적 계약대수도 7200대를 넘어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현대차에서 제시한 올해 판매 목표 9만2000대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전한 새 모델이 아닌 같은 7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 초반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뉴 라이즈'의 출시 전부터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고객층을 주요 타킷으로 시장조사를 시행,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안전 및 편의사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쏘나타 뉴 라이즈'에는 국내 최초로 적용된 '원터치 공기 청정 모드'와 현대차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내차 위치 공유 서비스'를 비롯해 '스마트폰 미러링크' 및 '애플 카플레이' 등 안전·편의 사양이 대거 채택됐지만, 차량의 파격은 되려 이전 모델과 비교해 트림별로 같거나 낮췄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연식변경 이후 전체 내수 판매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자사 중형 세단 SM6의 판매 가격을 트림별로 트림별로 최대 65만 원 인상했다.

자체적인 가격정책 외에도 르노삼성 'SM6'의 가격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도 새 모델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르노삼성은 최근 2017년형 모델을 출시하며 전 차종에 대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회사 전체 내수 판매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SM6'의 경우 판매가격을 트림별로 최대 65만 원(2.0 GDe 65만 원↑, 1.5 dCi 60만 원↑, 1.6 TCe 55만 원↑) 인상했다. 이번 가격인상으로 'SM6'와 '쏘나타 뉴 라이즈'의 가격 차이는 최대 200만 원까지 벌어졌다.

두 모델의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쏘나타 뉴 라이즈'는 ▲2.0가솔린 모델 2255만 원~2933만 원 ▲1.7 디젤 2505만 원~3118만 원 ▲1.6 터보 2399만 원~3013만 원 ▲2.0 터보 2733만 원~3253만 원이다. 'SM6'은 ▲GDe 2440만 원~3060만 원, ▲TCe 2830만 원~3260만 원, ▲dCi 2595만 원~3010만 원 ▲LPe 2360만 원~2745만 원이다. 2.0 가솔린 모델 간 판매가격을 비교하더라도 'SM6'의 가격이 최대 185만 원가량 더 비싸다.

가격 인상 요인과 관련해 "포스코 강판을 비롯해 차량에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이번 르노삼성의 가격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사전고지 없이 회사 측이 자사 홈페이지에 인상된 가격표를 고지했다는 점,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 등 르노삼성과 마찬가지로 포스코로부터 강판을 공급받는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잘 팔리는 모델에 대한 '배짱 인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3월 판매량 성적표가 공개돼야 각 사의 가격 정책이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겠지만, 중형차 시장까지는 차량의 가격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르노삼성의 가격 인상이 현대차에게 반사이익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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