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SK그룹 구성원 모두가 사회와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을 토대로 하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 투명성 제고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책임경영' DNA가 그룹 전반에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이윤추구'가 아닌 '고객과 주주의 행복'이 기업 경영의 1차 목적이라고 강조한 최 회장의 경영철학은 올해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권한 강화 등의 안건 처리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SK그룹의 주력계열사는 지난 24일 일제히 정기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과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이사보수 한도 승인 등 주요 안건을 다뤘다.
각 회사마다 일부 안건에서 다루는 내용에 차별성은 있었지만, 올해 첫 SK그룹의 정기 주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정관의 변경'과 '이사회의 권한 강화'다.
이날 SK는 기존 정관에 명시됐던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지속해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내용을 추가,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관의 전문을 바꿨다. 이는 지난해 10월 최 회장이 그룹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전면 개정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책임이 선행된 고객, 주주, 사회의 행복'을 강조한 그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열린 진행된 '2016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이해관계자의 행복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행복도 없다"고 강조한 데 이어 지난 1월 신년사에서는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며 '변화'와 '혁신', '행복'의 가치를 강조한 바 있다.
이사회의 권한이 강화된 것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지주회사인 SK㈜는 물론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총을 연 주요 계열사는 10억 원 이상 후원금 또는 기부금을 집행할 때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아울러 SK텔레콤(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과 SK케미칼(오영호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석좌교수), SK가스(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하면서 경영 투명성을 높였다.
재계 서열 3위 SK그룹 계열사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올해 정기 주총의 화두로 꼽은 것과 관련해 재계 관계자들은 "최 회장이 최근 보여준 경영 행보를 고려했을 때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태원식 '책임경영'은 올해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발했다. 정유년의 시작을 알린 지난 1월 최 회장은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올해 1~3호 회원으로 나란히 가입하며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SK그룹은 같은 달 국내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 한해에만 17조 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4조 원과 비교해 20%가량 늘어난 수치로 채용 인력도 8700명으로 전년 대비 그 규모를 축소하지 않았다. 특히, 당시 '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관련, 재계를 상대로 한 사정 당국의 수사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자국 보호 무역주의 등 국내외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다수 대기업에서 이렇다 할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이 진두지휘한 '통 큰' 투자 계획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이윤창출'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업 경영이념을 과감히 2순위로 미루고 SKMS를 실천하고, 강도 높은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올 한해 경영방침으로 정했다"라며 "이번 주총에서 나온 정관 변경과 이사회 권한 강화 등은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최 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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