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이 28일 그룹 컨트롤타워를 맡아 온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의 해체와 함께 각사 대표이사 및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회장 비서실을 시작으로 구조조정본부를 거쳐 오늘날까지 50년 넘게 그룹의 중추를 맡아 온 미전실이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그룹 엘리트라는 평가를 받아 온 미전실 소속 임직원 250여 명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후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해체(최지성 미전실장, 장충기 사장 사임 포함) ▲각사 대표이사 및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 그룹 사장단 회의 폐지 ▲대관업무 조직 해제 ▲외부 출연금, 기부금 일정기준 이상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 승인 후 집행 ▲박상진 승마협회장 사임 및 승마협회 파견 임직원 소속사 복귀(박 사장 사임 포함) 등을 골자로 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미전실 수장인 최지성 부회장은 물론 전략팀장 김종중 사장과 인사팀장 정현호 사장, 기획팀장 이수형 부사장, 경영진단팀장 박학규 부사장, 커뮤니케이션팀장 이준 부사장, 금융일류화팀장 임영빈 부사장 등 미전실 수뇌부 전원은 그간 역할을 내려놓게 됐다.
쇄신안 발표 직후 서초 사옥 기자실을 방문한 이준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미래전략실은 완전 해체한다"라며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을 포함한 팀장 7명 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전원 사임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들은 각자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 경영을 이어가고, 대관업무 조직은 해체한다"라며 "기부금 일정 금액 이상을 경우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지원팀과 전략 1·2팀, 커뮤니케이션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등 모두 7개 팀, 250여 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미전실은 그간 각 계열사의 엘리트가 총집결된 그룹 핵심 부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그룹 차원의 쇄신안 발표로 팀장급을 제외한 미전실 소속 직원들은 원대복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전실 해체 후속 조치와 관련해 삼성 측은 "각 사 자율경쟁 체제로 자율적으로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견해다. 그러나 삼성 고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그동안 미전실이 맡아 온 전략과 기획, 인사, 홍보 등의 업무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그룹 3대 주력 계열사로 이관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단행될 사장단 인사와 그룹 차원의 신입사원 공채 역시 각 계열사를 중심으로 자체 시행되고, 미전실 소속 임직원들은 주력 계열사를 거쳐 원소속사 또는 다른 계열사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미전실은 사장단 인사와 인수합병, 신입사원 공채 등 그룹의 중대 현안을 주관하는 부서로 각 계열사에서 업무 능력과 리더십을 검증받은 인력이 집결된 그룹 '컨트롤타워'로 꼽혀왔다"라면서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정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그룹 총수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하루아침에 거취가 불분명해진 처지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후속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미전실이 그동안 맡아 온 업무의 중요도가 큰 만큼 각 계열사별로 내부 검토를 거쳐 필요한 직책으로 재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