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수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확정되자 기업 총수를 향한 '강압 및 표적수사'에 대한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 온 재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비선 최순실 씨와 관련 연루 의혹이 불거진 기업들도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정 당국의 수사 초기부터 유지해 온 '피해자 프레임'이 깨지면서 혹여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7일 오전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자료를 내고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대표 기업"이라며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 속에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안보 위기 고조 등 크고 작은 대내외 악재에 가로막혀 있다"며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한 기업인의 구속과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기업가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관계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 결정이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특검이 수사 칼끝을 대기업에 정조준한 이후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몸을 잔뜩 움츠린 SK와 롯데, CJ, 포스코그룹 등은 경제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사정 당국의 수사 향방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검이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 기간을 고려할 때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수사에 탄력을 받은 특검에서 수사 기간을 연장할 경우 수사 범위가 나머지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특검에서 삼성 수사에 전념하겠다는 견해를 드러냈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검에서 수사 연장을 하지 않더라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 바통을 검찰이 다시 이어받는다면, 작금의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셈이다. 오히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비선과 연루된 재단 출연금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의 강요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재계의 주장이 힘을 더욱 잃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일부 총수의 경우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국외 주요 일정이 수개월째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라며 "삼성 수뇌부를 향한 특검 수사는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내부에서도 이번 법원의 결정이 혹여 대기업을 향한 '때려잡기식' 수사의 신호탄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