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권오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자산관리(시설물유지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하청업체와 같은 기간에 다른 금액으로 경비·청소 등의 업무 위탁을 체결한 2부의 계약서가 드러났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변경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계약 총 금액과 근로자 인원 등이 다른 두 계약서가 각각 검찰과 법원에 제출되면서 '이면 계약' 의혹을 낳고 있다.
16일 <더팩트>가 입수한 현대엔지니어링과 경비전문 하청업체 대덕휴비즈의 2015년 1월 동일한 시점에 체결한 각각의 '업무위탁계약서(이하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기간은 2015년 1월 1일 ~ 2015년 12월 31일로 동일하지만, 월 계약금액은 각각 1억3554만7000원, 1억6203만4000원으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덕휴비즈는 지난해부터 근로계약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근로자 부당해고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16년 6월과 같은해 12월 각각 검찰과 법원에 현대엔지니어링과 2015년 1월 맺은 해당 계약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때 서로 내용이 다른 계약서를 각 기관에 제출한 것이다.
각 계약서에는 김위철 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와 박형식 대덕휴비즈 대표이사의 직인이 날인돼 있어 양사가 함께 체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계약내용은 대덕휴비즈가 현대모비스의 경인공장과 아산물류센터에 대한 청소관리와 보안·경비관리를 위탁받는 것이다.
대덕휴비즈가 2016년 6월 검찰에 제출한 계약서의 월 계약금액은 총 1억6203만4000원(아산물류센터 4668만6000원·경인공장 1억1534만8000원)이었지만, 같은 해 12월 법원에 제출한 계약서의 월 계약금액은 총 1억3554만7000원(아산물류센터 4154만9000원·경인공장 9399만8000원)으로 두 계약서 간 계약금은 2648만7000원의 차이를 보였다. 연간으로는 3억 원대 규모다.
계약서 세부 사항에 따르면 검찰에 제출된 계약서에서 경인공장 근로자 수는 38명, 법원에 제출된 계약서에서 같은 공장의 근로자 수는 34명으로 4명의 차이를 보였다. 경인공장의 총 계약금액을 근로자수로 나눠 단순 계산한 근로자 1인당 임금은 검찰 제출 계약서 303만5000원, 법원 제출 계약서인 경우 276만4000원으로 27만1000원의 금액 차이가 났다.
대덕휴비즈가 계약서와 함께 법원에 제출한 '근로계약서 체결현황'과 전 대덕휴비즈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2015년 실제로 경인공장에서 근무한 인원은 33명으로 두 계약서의 인원과 일치하지는 않았으나 법원에 제출한 계약서의 내용(34명)에 근접했다.
그렇다면 대덕휴비즈가 검찰에 제출한 계약서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덕휴비즈 관계자는 이같은 두 부의 계약서 존재 이유를 묻는 통화와 문자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시 변경 계약이 체결됐다"면서도 정확한 변경 계약 시점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대덕휴비즈 전 직원은 "계약서 2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면계약이 의심된다"면서 "대덕휴비즈의 두 계약서의 금액 차는 연간 3억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하청업체에서도 이 같은 형태의 계약서가 존재한다면 액수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경비·미화·조경·통근버스 등의 시설물유지관리를 전담하고 이를 복수의 하청업체에 위탁함으로써 매년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같은 기간인데 내용이 다른 계약서가 존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이면계약에 대한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한 관계자는 "2015년 경인공장의 실제 근로자 수가 33명이라면 검찰과 법원에 각각 제출된 어떤 계약서와도 실투입 인원이 일치하지 않고, 계약기간이 같은데 계약금액과 실투입 인원이 다른 점으로 볼 때 이면계약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