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부진' SK텔레콤 실적 뒷걸음…박정호 사장, 돌파구 마련할까

SK텔레콤은 지난해 SK플래닛 등 자회사의 사업 침체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53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 /이성락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1위 이동통신 업체인 SK텔레콤이 SK플래닛 등 자회사의 사업 부진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체된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 취임한 박정호 사장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SK텔레콤은 미디어와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양대 축으로 삼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동안 자회사 실적에 발목을 잡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SK텔레콤은 전날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53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장 큰 요인은 SK플래닛 사업 기반 확대로 인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신규 주파수 획득으로 인한 감가상각비 증가와 SK플래닛의 사업 기반 확대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918억 원으로 전년보다 0.26%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1조6601억 원으로 9.51% 증가했다.

다만, 자회사 상황을 제외하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SK텔레콤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조78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 늘어났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사업은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증가 ▲가입비 폐지 ▲접속료 인하 등 수익 감소 요인에도,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수 및 1인당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힘입어 견조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의 전체 가입자는 전년보다 97만명 늘어난 2960만명을 기록했다. 이중 LTE 가입자는 2108만명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해 전체 가입자의 70% 선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은 올해 미디어, 사물인터넷 사업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진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실적개선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의 성장통에 발목이 잡혔지만, 주요 자회사의 투자 성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이동통신 업계가 '성장 절벽'에 놓여 SK텔레콤을 지지하던 전통적 사업 영역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새로 취임한 박정호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박정호 사장은 실적개선을 무엇보다 다급한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미디어 사업이나 인공지능(AI), IoT 등에 대한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이동통신 사업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서 뉴 정보통신기술(ICT) 리더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미디어와 IoT를 양대 축으로 삼고,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든 사업 분야가 결합·통합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7조8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영상 부문장은 "IoT,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등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수익화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며 "AI 플랫폼 '누구'도 개인화 및 지능화된 검색과 추천 중심으로 서비스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는 쇼핑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미래 먹거리 산업 강화를 위한 투자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앞서 박정호 사장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일환으로 향후 3년간 11조 원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필요시 경쟁 사업자들과의 협력도 과감하게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정호 사장은 "뉴 ICT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SK텔레콤 혼자만의 힘이 아닌 개방과 협력을 통해 진정한 뉴 ICT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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