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성지가 부동산 핫스팟? 전작 인그레스에서 힌트 찾아
[더팩트 | 최승진 기자] 한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가 때아닌 ‘포켓몬고’(Pokemon GO) 열풍에 휩싸였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위치한 제일기획 본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최근 사설 정보지를 통해 ‘포켓몬고 명당’으로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정보지에 따르면 제일기획 본사에는 포켓스탑(포켓몬 사냥을 위한 아이템 제공 장소) 3곳이 배치됐다. 사무실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개 이상은 5분마다 이용할 수 있고 위치가 좋은 자리는 한 번에 2~3개의 포켓스탑이 겹치기도 한다. 길 건너편에는 다른 사람들과 ‘포켓몬고’ 실력을 겨룰 수 있는 포켓몬 체육관도 있는데 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포켓스탑은 조형물·미술품 등 랜드마크가 될 만한 곳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체 건물인 제일기획 본사에 쏟아지고 있는 ‘포켓몬고’에 대한 관심은 어찌된 영문일까. 이 회사 직원들이 ‘포켓몬고’에 너무 열중했기 때문일까.
지난 1일 오후 현장을 가보니 정보지의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제일기획 삼거리로 불리는 이곳 주변에는 4곳의 포켓스탑이 있었다. 루어모듈(포켓몬을 불러들이는 아이템)이 활성화된 제일기획 본사 앞 포켓스탑은 수많은 포켓몬이 등장했다. 체육관의 위치도 정보지에서 밝힌 내용 그대로였다.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삼거리 이곳저곳 걸어 다니면서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연신 쓸어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인근 지역 부동산 중개소는 이번 ‘포켓몬고 명당’ 소식을 듣자 무척 신기해했다. 그러면서 제일기획 본사를 중심으로 인구 집중도가 높은 오피스 상권이 존재하는데다 주변 공영 주차장을 통해 외국인 단체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점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포켓몬고 명당’이 곧 ‘부동산 명당’일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제일기획과 ‘포켓몬고 명당’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인다. 본사 앞 포켓스탑을 자세히 살펴보면 제일기획과는 무관한 ‘아이피 부티끄 호텔 구조물’이란 설명이 나온다. 주변에 있는 다른 포켓스탑에서도 제일기획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실마리는 ‘포켓몬고’ 직전 게임인 ‘인그레스’에서 찾을 수 있다. ‘포켓몬고’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포켓몬고의 포켓스탑은 인그레스와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개발사인 나이언틱 랩스는 인그레스 국내 출시 당시 ‘포켓몬고’의 포켓스탑과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포탈 수가 적어 게이머들이 직접 포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 결과 오늘의 포켓스탑이 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은 제일기획 본사 주변 외에 수많은 포켓스탑이 존재한다. 이 지역에서 사냥할 수 있는 포켓몬의 수도 다양하다. 실제 이날 직접 나선 결과 1시간여 만에 탕구리·질퍽이·덩쿠리 등 다수의 희귀 포켓몬을 잡을 수 있었다.
shai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