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 '회장님'들이 경영에서 한 발짝 물러서고 경영수업을 마친 오너가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40~50대인 오너가 3세들은 그룹 총수에 오르거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맡는 등 책임경영의 최전방에 섰다.
젊고 창의적인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돌고 있다. 다만 업계의 특성상 신약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고 국내외 정세가 녹록지 않아 스스로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유년 새해 제약회사의 리더가 된 오너가 2~3세들은 입을 모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외치고 있다.
이달 초 동아쏘시오그룹은 강신호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오너 3세 강정석(53) 회장 체제로 전환했다. 이보다 앞서 동아쏘시오그룹은 주요 계열사 대표에 40~50대의 젊은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강정석 회장 체제를 준비했다.
강정석 회장은 부회장 시절 연구개발에 집중해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강정석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동아제약이 40년 넘게 국내 제약사 매출 1위를 유지한 저력을 되찾을지 강정석 회장 체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령제약도 이달 오너가 3세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보령제약그룹은 김정균(32) 전략기획실 이사를 보령홀딩스 상무로 승진시켰다. 김정균 상무는 김은선(59) 보령제약 회장의 장남으로 2013년 보령제약 이사대우로 입사해 3년 만에 상무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착수했다.
현재 보령제약은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 공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개발한 신약 완제품으로 수출 계약 규모는 4100억 원가량에 달한다. 김은선 회장은 해외시장 개척도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경영 방침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미 오너가 3세가 경영을 하는 제약회사도 여러 곳있다. 일동제약은 고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인 윤웅섭(50) 사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윤웅섭 사장은 2011년 부사장에 오르고 2014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입지를 다졌다. 윤웅섭 사장은 회계학을 전공하고 회계사로 경험을 쌓으며 착실하게 경영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웅섭 사장은 일동제약의 대표 브랜드 '아로나민'으로 국내 시장에서 고성장을 이뤘지만 현재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전체 매출액의 10%가 넘는 비용을 연구개발비에 쏟고 있다. 분야는 치료제가 많지 않은 간염, 암, 치매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녹십자 오너가 3세 허은철(44) 사장이 취임 2년째를 맞았다. 허은철 사장은 허채경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으로 지난해 3월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다.
허은철 사장은 취임 직후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국 시장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미국 진출이 글로벌 제약회사로 발돋움하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공장 증설 등으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토대로 쌓았다. 현재 미국 시장을 비롯해 유전자재조합 A형혈우병 치료제 임상시험이 승인된 중국 시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11월 일반의약품 부문을 분리해 제일 헬스사이언스로 분사하고, 한상철 부사장(41)을 초대 대표로 선임했다. 한상철 부사장은 제일약품 창업주 고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한상철 부사장은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다국적 제약사에서 근무한 뒤 2007년 제일약품 마케팅 이사로 입사했다.
이밖에 유유제약 유승필 회장의 장남 유원상(42) 부사장, 현대약품 이한구 회장의 장남 이상준(40) 부사장, 국제약품 남영우 명예회장의 장남 남태훈(36) 사장, 삼일제약 허강 회장의 장남 허승범(35) 사장 등 젊은 오너가 2~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제약업계가 오너가 3세 경영시대를 열면서 일각에서는 가족경영의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임상시험까지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단기 실적에 얽매이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오너가에서 경영하는 것이 신약 개발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오너 3세 경영자들이 학업을 해외에서 마치 경우가 많아 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경우도 있다"며 "3세들의 장점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