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옥션·중고나라 연계 '신종 사기' 포착...업계·당국 대책마련 시급

충남 세종시 oo동에 사는 A씨는 중고나라를 통해 유아전문 책을 B씨로부터 지난해 12월 23일 구매한다. 하지만 B씨는 타인이 옥션 중고장터에 올린 매물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올해 초까지 중고나라에서 판매를 이어갔다. /독자제공

[더팩트 | 권오철 기자] 온라인 중고 시장에 자기 물건이 아닌 것을 자기 소유물처럼 속여서 판매하는 사기성 매매행위가 포착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 중고장터에서 타인이 판매 중인 물건을 자신의 물건인 양 속여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서 마진을 붙여 광고를 한 다음에 제3자에게 판매하는 수법이 <더팩트>취재결과 확인됐다. 온라인 중고 시장에 '신종 사기'의 빨간불이 켜져 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의 사기성 물건 판매 상황은 이렇다. 충남 세종시 OO동에 사는 A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유아전문 서적인 '블루래빗전집' 85권이 중고나라에 매물로 올려진 것을 보고 판매자 B씨로부터 11만5000원에 구매했다. 이후 A씨는 막상 물건을 받고 보니 책의 상당 부분에 낙서가 돼 있고 권수도 모자라는 등 B씨가 올렸던 사진과는 다른 상태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문자로 환불을 요청했다.

B씨의 응답이 없고 전화도 받지 않자, A씨는 택배박스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때 전화를 받은 것은 B씨가 아닌 옥션 중고장터에 해당 책을 매물로 내놓은 C씨. A씨는 비로소 B씨가 본인의 것이 아닌 C씨의 제품을 판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C씨는 옥션 중고장터에 해당 책을 9만2000원에 내놓았으나 B씨는 여기에 2만3000원의 마진을 붙여 A씨에게 판매했다.

A씨가 B씨에게 11만5000원을 보내면 그 돈으로 B씨는 C씨에게 9만2000원을 입금했다. 이에 C씨는 B씨가 배송정보에 기록한 A씨 앞으로 책을 배송했다. B씨는 물건도, 돈도 없이 마진을 챙기는 '기가 막힌(?)' 시나리오를 짠 것이다.

A씨와 B씨의 문자 대화 내용. A씨는 B씨가 올린 사진과 실제 물건이 차이를 보이자 환불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B씨가 타인의 물건을 자신의 물건인 양 판매한 사실을 알게 된다.

A씨는 환불을 요청하며 "그렇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비로서 B씨는 문자로 "옥션에 돈을 입금했으니까 나에겐 돈이 없다"면서 "그분(C씨)에게 환불받으라"고 말했다. 결국 A씨는 C씨로부터 택배비와 옥션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환불받았다. 또한 B씨는 자신이 마진으로 챙긴 2만3000원을 A씨에게 돌려주고 A씨가 요구한 택배비, 수수료에 대한 금액을 추가로 보냈다.

이때 C씨는 표면상으로는 B씨와 정상적인 거래를 한 것이기 때문에 A씨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됐고, 그랬다면 A씨는 원치 않은 물건을 떠안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A씨는 B씨를 경찰에 고소하는 것에 C씨와 합의하고 OO동 파출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때 파출소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에 대해 "사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면서 "종전의 사기는 물건을 보내지 않고 연락도 안 되는 경우였는데 이번에는 물건도 보내고 연락도 돼서 사기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 사기가 아닌 것이냐'는 질문에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라며 "법원이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과 유사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주장을 듣게 된다. 중고나라 한 유저는 B씨에 대해 인터넷사기조회가 3개월 안에 3건 검색됐다고 설명했다.

옥션 관계자는 "(B씨와 C씨의 경우)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며 "B씨에 대한 제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객보호를 위해 제재를 적극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중고나라 측과는 연락 자체가 어려웠다. A씨는 "중고나라에 신고했는데 답이 없었다"면서 "쪽지밖에 안 보내지는데 그조차 막혔다"고 말했다.

중고나라 홈페이지에 나타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스마트폰 앱으로 문의하라는 음성 메시지가 나온다. <더팩트>는 중고나라 앱을 통해 A씨와 C씨가 당한 상황에 중고나라 측의 입장과 대응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중고나라 측은 "(B씨에 대한 신고글에 대해) 근거자료가 부족해 처리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면서 추가자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A씨는 자신 외에도 B씨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D씨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D씨의 사연도 A씨와 유사했다. D씨에 따르면 B씨는 "인터넷사기조회가 3개월 안에 3건 검색됐다"고 한다. E씨는 B씨에 대해 "불량거래자"라며 "내가 당했다. 연락 두절이다"고 댓글을 남겼다.

B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잘못을 인정한다"면서 "(A씨에게 그렇게 판매한 것이) 처음이고, 그 이후로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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