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지 보름이 지났다. CEO추천위원회(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황 회장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연임 반대’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는게 부담거리다.
20일 KT에 따르면 사외이사 7명,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황 회장 연임에 대한 ‘자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황 회장의 실적과 경영성과 등을 심사하고 있는 위원회는 ‘연임 의사’를 밝힌 황 회장을 CEO 후보로 추천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위원회가 황 회장을 후보로 추천하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 짓게 된다. 위원회가 황 회장의 연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후보를 물색하게 된다.
통신 업계 안팎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임 기간 보여준 경영실적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전례를 보더라도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추천이 거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위원회의 최종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KT가 결과 발표 시기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혀 심사가 다소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황창규, 조직개편등 의욕적 행보 계속
황 회장은 세계최대가전제품박람회 ‘CES 2017’ 참관차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뒤 “연임 의사를 밝혀달라”는 위원회 측 요청을 받았다. 앞서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사실상 ‘칩거’ 생활을 하던 황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경영 의지를 내비친 뒤 불참하기로 했던 ‘CES 2017’에도 돌연 참석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인 터라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예상대로 황 회장은 지난 6일 위원회에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황 회장은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이후 대규모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신성장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융합기술원 산하 서비스연구소에 인공지능(AI)테크센터를 신설했고 해외사업 개발 강화를 위해 글로벌사업추진실 산하 글로벌사업개발단도 새롭게 구성했다. 이와 함께 사장 3명, 부사장 2명, 전무 12명, 상무 21명 등 총 38명의 임원 승진과 45명의 상무보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기가토피아’ 완성 의지와 성과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기가토피아’는 ‘인간과 모든 사물이 기가 인프라로 연결돼 융합 서비스가 제공되는 세상’을 뜻하는 것으로, 황 회장은 취임 이후 ‘기가토피아 실현’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관련 사업 역량 강화와 관련 서비스 가입자 확충에 집중해왔다. KT는 최근 세계 최초 인공지능 TV ‘기가지니’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또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250만 가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다음 달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첫 기조연설자로 나설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연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5G 등 통신 산업 비전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 노조, 시민단체 일부 '최순실 게이트'연류로 연임 반대
황 회장의 행보와 별개로, KT새노조와 시민단체는 황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횡령·배임 혐의와 윤리강령 위반 등을 이유로 황 회장의 즉각 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KT는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가 추천한 인사를 임원으로 기용했고, 최 씨가 실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대행사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KT새노조 측은 “황 회장은 국민 기업 KT를 경영할 인사가 아닌 비윤리적 경영인”이라며 “황 회장은 국정농단 연루 과정을 깊이 반성하고 회장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 황 회장이 KT에서 할 일은 제기된 혐의에 대해 성실하게 수사를 받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연임 반대’ 목소리도 황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권력의 부역자인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황 회장은 더 이상 낙하산 인사로 인한 병폐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논평을 통해 “낙하산 인사만큼은 하지 않겠다던 취임 초기 약속을 어긴 황 회장은 즉각 KT 회장 연임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결과 지켜보겠다”는 KT...연임 가능성 커
업계 일각에서는 ‘연임 반대’ 목소리가 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KT 내부적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반대’ 목소리보다 ‘찬성’ 목소리가 더 크다”며 “일부에서 제기된 반대 의견이 힘을 얻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T 측은 황 회장의 연임과 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대해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위원회의 자격 심사와 결과 발표에 대해 전달받은 게 아직 없다”며 “회사에서는 일단 조용히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