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특검 '이재용 구속영장'에 떨고 있는 SK·CJ·롯데, 긴장감 증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으로부터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가운데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SK, CJ, 롯데 등도 특검 수사에 긴장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끄는 특검팀이 16일 출범 이후 첫 재벌 총수를 향해 구속영장을 꺼내 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특검의 칼날이 SK, 롯데, CJ 등에 향하고 있다.

당초 박영수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선택되면서 재계의 부담은 가중됐는데 그게 현실화된 셈이다. '재벌총수 킬러'로 불리는 이력이 부담스러운 요인이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경제 범죄 분야에서 수사력을 인정받아온 대표적인 인사로 지난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2005년 중수부장 시절 1000억 원대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의혹 등 재계 굵직한 사건을 전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끄는 특검팀이 첫 번째 타깃으로 조준한 재계 1위 삼성그룹 총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기업과 총수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SK를 비롯해 CJ, 롯데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전철을 밟았다. SK와 CJ는 총수의 특별 사면에, 롯데는 면세점 재탈환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SK는 지난해 최태원 회장의 특별 사면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에 1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출연해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의 차기 수사 대상으로는 SK그룹 가장 유력하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특별 사면이다.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최근 김영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이 특별사면 발표 사흘 전 최 회장과 접견에서 "왕 회장(박 대통령)이 귀국(사면)을 결정했다. 분명하게 숙제(대가)를 줬다"고 말한 대화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

이후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받은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2년 7개월 만에 옥살이를 끝냈다. 이후 박 대통령과 독대 이후 미르·K스포츠 재단에 111억 원을 출연했다. SK 그룹은 최 회장은 이미 사면 대상에 있었고,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투자·채용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해명한 상태다.

CJ는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이후 최순실 씨 측근 차은택 씨가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J그룹 역시 SK와 마찬가지로 '광복절 특사'이다. 탈세 및 횡령 혐의로 2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던 이재현 CJ 회장은 지난해 8월 신경근육계 유전병과 만성신부전증에 따른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이후 행보였다. 이 회장이 특별 사면을 받은 이후 CJ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인 차은택 씨가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단독 응찰에 성공했고, 1조 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별개로 CJ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13억 원을 출연했다.

특검팀은 CJ가 이 회장의 특별 사면의 약속을 받고 정부가 개입한 사업에 힘을 쓴 것이 아닌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박 대통력과 독대 자리에서 이 회장의 사면을 청탁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8·15 특별 사면을 앞두고 청와대와 CJ의 사전교감이 담긴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확보한 상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이재현 회장을 도울 길이 생길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측은 특검의 대기업에 대한 수사 의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면서도 이 회장의 특별 사면에 대해선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한 롯데는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재탈환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 역시 특검의 수사망을 피해 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시내 면세점 재탈환이 롯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잃었던 서울 면세점 특허권을 다시 찾아왔다. 지난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탈락해 월드타워점 문을 닫았지만, 지난해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내주겠다고 결정하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갖게 됐다. 결국 193일 만에 월드타워점 재오픈의 기쁨을 만끽했다. 특검은 면세점 추가 결정 직전 신동빈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에서 청탁이 오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 회장은 박 대통령과 독대 이후 미르·K스포츠 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했다. 이후 70억 원 요구에 추가로 출연했으나 그룹 경영 비리와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5일에 걸쳐 전액 돌려받았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당당하다. 모든 조사가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규철 특검보는 16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횡령·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던 이 부회장은 당시 '대가성 지원'에 대해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특검의 수사망을 피해 가지 못하며 법적인 책임을 묻게 됐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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