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업계 '1위'의 수장을 뽑는 일인 만큼 업계 안팎으로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과거 경영진 분쟁이 회장 선출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11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최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 4명을 압축후보군으로 선정했다. 당초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 권점주 전 신한생명 부회장 등은 후보군에 오르지 못했다.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조용병 행장과 위성호 사장의 양강구도로 보고 있긴 하나 예상과 다른 결론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신한사태'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사태'는 지난 2010년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측과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간에 벌어진 경영권 대립을 말한다. 이들 경영진들의 파벌 싸움은 결국 3명 모두 동반 퇴진하는 초유의 사태로 끝났다.
이때 한동우 회장이 수장으로 오르면서 조직을 이끌며 상처를 봉합해 나갔지만, 신한금융의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는 '신한사태'가 항상 꼬리표처럼 붙어 왔다. 이번은 '신한사태' 이후 첫 회장 선출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승계가 큰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양강구도인 조 행장과 위 사장 중 조 행장에게 무게 추가 더욱 쏠리는 상황이다. 위 사장이 라응찬 전 회장 계열로 분류돼 있는 반면 조 행장은 '신한사태'와 연관이 없어 관련 이슈에서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신상훈 전 사장이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복귀하면서 '신한사태'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신 전 사장은 신한금융의 경영권 다툼이 있던 당시 신한은행으로부터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당해 3개월 만에 퇴진했다. 이후 은행은 그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지만 검찰이 기소하면서 법정싸움은 길어졌다.
이로 인해 금융권을 떠나 있던 신 전 사장은 최근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6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신한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신 전 사장이 우리은행의 최고 경영진으로 복귀함에 따라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신한금융의 후계구도에 옮겨지고 있기도 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한사태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업계에서는 조 행장이 뚜렷한 성과를 보인 만큼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라면서도 "예외 인사 가능성도 있고, 변수가 생길 수 있어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기 회추위는 19일 개최되며, 이날 각 후보의 성과 및 역량, 자격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평판조회 결과 리뷰 및 후보별 최종 면접 절차 등을 거쳐 대표이사 회장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이렇게 추천된 후보는 20일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적정성을 심의·의결해 최종 후보로 확정된다. 최종 대표이사 후보는 오는 3월 신한금융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