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포스코센터=권오철 기자]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특허 출원'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 취재진의 씁쓸한 아쉬움을 샀다.
철강협회 측은 "행사가 끝난 후 취재하라"고 사전에 요구했으며 취재진은 행사가 끝나는 시점까지 질문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 권오준 회장 역시 행사가 끝난 후 대답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으나 결국 취재진은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10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7년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는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철강업계 대표들과 관계자 약 300명이 참석했다.
이날 20분 정도 이른 시간 밝은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 권오준 회장은 참석한 인사들과 두루 악수를 나누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했다. 이때 권오준 회장은 영상 촬영 중인 <더팩트> 기자에게도 손을 내밀었고, 기자와 권 회장은 서로에게 새해 복을 빌었다.
이어 권오준 회장은 함께 참석한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세아제강 이순형 회장, 동부제철 김창수 사장 등과 함께 입구에 서서 참석자들과 인사했다. 이후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들어서고 권 회장이 주 장관의 뒤를 따르면서 본격적인 신년인사회가 진행됐다.
권오준 회장은 신년 인사말에서 "올해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수요 정체와 세계적인 통상마찰 심화로 매우 험난한 한 해가 예상 된다"면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그동안 업계 스스로 추진해온 철강산업 구조개편 노력을 지속하여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권오준 회장은"자국 시장보호를 위한 무역규제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요 수입 규제국과는 민관협력 활성화를 통해 우리의 공정한 수출을 적극 알리고, 우호적인 대화 채널을 강화하여 사전 통상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산업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여 생산공정의 스마트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기술개발을 활성화하여 제조업의 '신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권오준 회장을 비롯한 철강업계 인사들은 와인이 담긴 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며 서로의 잔을 부딪혔다. 모든 행사 일정이 마친 후 취재를 해달라는 철강협회 측의 요청에 따라 취재진은 행사 중 권 회장에 대한 질문을 삼갔다.
행사 중 질문을 던진 한 기자에게 권 회장은 "내가 오늘 행사의 주인이다. 지금은 손님을 맞아야 한다"라며 행사가 끝나고 질문을 해달라는 취지의 뜻을 밝혔다. 대부분의 취재진은 권 회장과 철강협회의 의사를 존중하는 뜻으로 행사가 마무리되길 기다렸다.
신년인사회 행사가 끝나자 권오준 회장 주위로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수십 명의 취재진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이날 모인 취재진의 관심은 권오준 회장에게 쏠려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국면이었다. 권오준 회장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포레카 강탈 사건과 지난 2014년 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청와대 인사 개입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 회장직 연임 의사를 드러냈다. 또한 최근에는 권오준 회장이 지난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으로 재임하던 중 실제적인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11개 특허 출원의 발명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윤리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권오준 회장을 완전히 봉쇄하듯 둘러싼 취재진들과 이를 막으려는 포스코 관계자들로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취재진들은 권오준 회장에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검찰 조사에서 무슨 말을 했느냐" "연임 계획을 밝힌 이유는 무엇이냐" "특허 출원은 정당하냐" 등의 질문 세례를 쏟아냈다.
하지만 권오준 회장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취재진들은 "한 말씀만 해달라"고 애원하듯 요청했지만 권오준 회장은 결국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에 "와, 한 마디도 안 하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등의 원망 섞인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영상=권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