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해현경장, 변화와 혁신 필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일 신년사에서 판을 바꾸기 위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위기와 격변 속 '해현경장'을 제시하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1일 신년사에서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정치, 경제 상황은 '여리박빙'과 같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며 "지난해부터 시작된 정국 불안, 기업 구조조정 문제, 부동산 시장의 정체, 1300조 원에 달하는 과도한 가계부채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가중 등으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해현경장'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해현경장은 '거문고의 줄을 다시 매다'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제도를 개혁하는 비유하는 고사성어다"라며 "우리도 판을 바꾸기 위해 기업문화와 영업방식에 있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차원의 원 컴퍼니(One Company)를 지향해 채널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상품개발 통합 플랫폼 구축에 주력해 손님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룹 임직원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KPI에 맞춰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상황에 맞춘 금융상담과 솔루션을 제안하는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김 회장의 신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하나금융그룹 가족 여러분,

2017 정유년의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나가족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2016년을 돌아보며

작년 하나금융그룹은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 진정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이루었습니다. 통합은행 출범 후 9개월만인 2016년 6월 은행 전산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고, 11월에는 하나금융투자의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 하였습니다. 아울러 은행 및 카드사의 노조 통합으로 조직이 더욱 견고해 졌습니다.

그룹의 당기 순이익도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훌쩍 넘어 목표를 달성하였고, 자본의 적정성도 큰 폭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또한 하나금융그룹의 차세대 먹거리인 하나멤버스도 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에 힘 입어 금융권 최고 수준인 770만 회원을 달성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임직원 여러분이 일념통천(一念通天)하여 이룩해 낸 결과이며,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2017년은 위기와 격변의 해

하나가족 여러분,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정치, 경제 상황은 여리박빙(如履薄氷)과 같이 매우 불안한 상황입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정국 불안, 기업구조조정 문제, 부동산 시장의 정체, 1,300조원에 달하는 과도한 가계부채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가중 등으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3년 연속 2%대의 저성장 국면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각 국가간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에 따른 신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면서 환율전쟁과 무역장벽으로 인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생각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작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언한 후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디지털 기술에 물리학과 생물학 기술이 융복합되어 기존에 접하지 못 했던 새로운 기술과 경험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생활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미래 금융산업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10년 후 글로벌 금융회사에는 애플,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등장합니다. 빌 게이츠가 선언한 것처럼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다(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라는 말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사한 금융상품을 가격 경쟁이나 프로모션으로 푸시(Push)하는 공급자 중심의 영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스마트한 손님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금융기관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타 업종과 무한 경쟁을 펼쳐야 되는 것입니다.

판(板)을 바꾸는 전략이 절실

친애하는 하나가족 여러분,

하나금융그룹은 ‘하나멤버스’로 금융권 멤버스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핀크(Finnq)’와 같은 생활금융플랫폼 개발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컨소시엄 블록체인인 ‘R3 CEV’에도 국내 최초로 가입하여 글로벌 핀테크 네트워크 환경도 구축 중에 있습니다. 이 상황만을 보고 4차 산업혁명이 가지고 올 변화에 잘 대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핀테크의 무한 경쟁은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 해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하여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고, 금융권, 유통사, 통신사 등에서 20개가 넘는 페이서비스가 출시되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승자는 손님이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오가닉 비즈니스’ 기업이 될 것입니다. ‘오가닉 비즈니스’(서울대학교 노상규, 2016)란, 판매자나 유통자가 아닌 손님이 직접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네트워크가 마치 생명체처럼 성장하고 진화하는 비즈니스를 말하며, 이는 미래의 글로벌 선도기업의 모습이 될 것 입니다.

스타트업(Start-up) 업체는 마케팅 광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데 어떻게 소비자에게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을까요?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 라이언 홀리데이, 2015)이란, 자체적인 성장 플랫폼을 구축하여 스스로 자가 증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좋은 상품과 서비스가 온라인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주변에 알려지고, 소비자가 불만을 가지면 이를 개선하여 소비자들 스스로 제품을 홍보하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800만 회원을 향해 가는 하나멤버스도 이제는 손님이 스스로 홍보할 수 있도록 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그로스해킹 방식을 통해 하나멤버스도 플랫폼 경쟁을 뛰어넘어 ‘오가닉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올 해는 하나멤버스를 해외 주요 국가들과 제휴 연계하여 포인트 교환을 통한 글로벌 멤버십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입니다. 제품과 서비스는 복제하기 쉬우나 네트워크 그 자체는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고유한 가치인 것입니다.

해현경장(解弦更張), 다시 줄을 고쳐 맬 때 입니다.

‘해현경장’이란 중국 한나라 동중서(董仲舒)가 무제에게 올린 “현량대책”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거문고의 줄을 다시 매다’는 뜻입니다. 즉,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 인데, 이제 우리도 판(板)을 바꾸기 위해 기업문화와 영업방식에 있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룹 차원의 One Company를 지향하여 채널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상품개발 통합 플랫폼 구축에 주력하여 손님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룹 임직원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KPI에 맞춰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상황에 맞춘 금융상담과 솔루션을 제안하는 컨설턴트의 역할을 수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모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흥’이 나서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 입니다. 서로가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힘든 점을 도와주고, 단점을 지적하기 보다 장점을 더욱 칭찬하여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룹 윤리헌장(Code One)을 실천하기 위한 핵심행동원칙(Core 7)을 준수하면서 권위적이고 계층적인 기업문화에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기업문화로 판(板)을 바꾸는 사고의 전환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그룹의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협력쟁선(協力爭先)

존경하는 하나가족 여러분!

덴마크의 대표적인 기업인 레고(Lego)는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 황금시대를 누렸으나 지나친 외형성장과 과도한 비용으로 1998년에 첫 손실을 입었고, 2004년에는 파산의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레고(Lego)의 어원은 ‘Leg Godt’, 즉, ‘잘 놀아요’ 라고 합니다. 레고의 핵심가치인 ‘아이들을 잘 놀게 해 주기’에 집중하여 어린이 손님들의 취향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 다시 수익성과 성장률을 회복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명성을 되찾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주인정신(主人精神)을 바탕으로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실천해 왔지만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해’서는 협력쟁선(協力爭先)의 마음가짐을 통해 진정한 One Company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모든 그룹사가 손님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만 손님들이 하나금융그룹을 찾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신뢰받고 앞서가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면모를 진정으로 구현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합시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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