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과 승객을 위협하는 불법 폭행 사례가 잇따르면서 항공사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해마다 안전운항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고, 최근에는 항공사 측의 정당한 안전지시까지 무시, 승무원과 옆좌석 승객까지 폭행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그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항공안전법의 처벌 수위가 벌금형에 지나지 않아 '솜방망이' 법 적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항공보안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임 모 씨를 오는 26일 오전 10시께 소환해 조사한다고 24일 밝혔다. 임 씨는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인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옆좌석 승객과 승무원을 폭행하는 등 2시간가량 소란을 피웠다.
지난 9일에도 두바이행 항공편에서 한 승객이 와인 서비스를 계속 요청해 승무원이 이를 거절하자 기내 주방으로 직접 가서 무단으로 와인병을 가져가 음주를 시도하고 승무원을 위협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기내 폭행 사건은 매년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국적항공사 7곳에서 발생한 기내 불법행위 사례를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2년 191건, 2013년 203건, 2014년 354건, 지난해 460건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에서는 항공보안법 등 관련 법령의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승무원 방해 혐의에 대해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3억 원 상당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로 취급한다. 호주에서도 승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그 행위가 승무원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될 경우 20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비행공포증을 이유로 술을 마시다 기내에서 소리를 지르고, 비행기 앞좌석을 발로 차는 행위를 한 승객에게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폭행과 같은 기내 난동으로 기소되더라도 가벼운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는 해당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중대 범죄"라며 "항공보안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엄격한 처벌을 적용한다고 하지만, 제재수준이 벌금형에 그치는 등 수위가 약해 발생빈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기내 폭력 사고 피의자의 경우 이미 지난 9월에도 기내업무방해행위를 해 현재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라며 "강력한 법적 구속력으로 제지했다면,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가 재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