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9월 가결되면서 오는 15~17일로 예정된 신규 시내 면세점 선정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해졌다. 관세청은 면세점 심사를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안에 ‘서울 시내 면세점 비리’와 관련된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온 만큼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어느 기업이 선정되더라도 파장이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안에는 면세점 특허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뇌물 공여 의혹’이 포함돼 있다. 삼성, SK, 롯데그룹이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K스포츠·미르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것이 면세점 추가 특허 입찰 등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뇌물’을 공여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롯데와 SK는 지난해 11월 잠실롯데월드,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이 박탈된 후 두 재단에 출연했고, 직후인 4월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나서 추가사업자 지정을 고시했다. 롯데는 45억 원을, SK는 111억 원을 각각 출연했다.
이에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두 회장은 각각 올해 2월18일, 3월 14일 박 대통령을 독대했는데, 그 자리에서 면세점 추가 선정 청탁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오간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청은 탄핵 표결 전날인 8일 참여업체들에 발표 일정을 통보하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관세청은 15일 강원·부산 지역, 16일에는 서울 지역 중소·중견기업 대상 특허권 각 1개(총 3개)를 놓고 입찰 참여 기업의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할 계획이다. 17일에는 서울 대기업 면세점 특허권 3개를 놓고 PT를 진행한 후 오후 8시쯤 발표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6곳이던 서울 시내 면세점이 17일 추가 선정으로 총 13곳으로 2배 이상 늘게 된다.
업계는 면세점 추가 특허 입찰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날 경우 심사를 강행한 데 대한 비난이 거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다음 주부터 박영수 특별 검사팀이 본격 수사에 나서는 만큼 관세청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이 곧 면세점 특허 추가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이대로 면세점 입찰을 강행할 경우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이기도 해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 역시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송영길 의원은 “탄핵안에 뇌물죄가 적시되고 특검 수사가 예정돼있는데 면세점 심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관세청은 서울시내 면세점 4개를 신규로 추가하기로 할 당시 현저히 잘못된 추정치를 근거 자료로 내세웠다는 논란이 받기도 했다. 심지어 허위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초 데이터를 왜곡하기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4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외국인 관광객수 증가 전망을 근거로 신규 면세점을 추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보다 100만 명 이상 줄었다. 시내면세점 추가로 약 1조원의 신규투자와 5000명 이상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던 정부의 추정도 틀렸다. 오히려 관광객이 줄어 신규 면세점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각종 의혹에도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을 강행한 데 대해 최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관세청 보세판매장(면세점)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신규 특허권 발급을 위해서는 광역지자체별 외래 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30만명 이상 증가해야 한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특허심사는 일정대로 진행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관세청은 “업체들의 신뢰를 보호하고 정부의 면세점 제도 운영에 대한 일관성·예측 가능성을 위해 내린 결정이며, 의혹을 받는 업체가 심사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더라고,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다고 판단되면 특허를 취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DF, HDC신라면세점 등 총 5곳이다. 심사는 신규업체 3곳과 기존업체 2곳 순서로 업체별 10분 발표, 20분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되고, 심사위원단은 교수·공무원·연구기관 연구원·시민단체 활동가·전문자격사 등으로 사전에 구성된 1000여 명의 풀에서 특허심사 개시 3일 전에 무작위로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