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삼성·한화·교보 등 '빅3' 생명보험사(생보사)가 자살보험금 지급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생보사는 소멸시효를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지만, 소멸시효를 인정해도 되는가를 두고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수년간 이어온 자살보험금 논란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현재 '빅3' 생보사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금융 당국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압박에 대부분의 생보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빅3' 생보사는 여전히 지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소멸시효'가 있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실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 그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다. 상법상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2년(2015년 개정 이후에는 3년)이다.
생보사들이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한 재해사망 특별계약 상품 약관에는 '종신보험 가입 후 자살 면책기간(2년)이 지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에 보험 가입자들은 2014년 자살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생보사는 재해사망보험금 대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 관련 약관이 실수로 기재됐다며 거절한 것이다. 당시 보험사들은 일본 보험업계의 약관을 참고했는데, 일반사망보험 약관을 참고해 재해사망보험 약관으로 옮기면서 실수를 범했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기재돼 있는 만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금감원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또한 생보사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지만, 생보사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 5월 대법원은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약관 오류는 보험사의 귀책 사유이며,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이 소멸시효에 관해 불만을 제기하자 9월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에는 지급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추가로 내렸다.
하지만 자살보험금의 소멸시효가 지난 책임이 생보사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생보사가 보장을 미뤄온 만큼 소멸시효가 권리자(보험가입자)가 아닌 보험사에 의해 지났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사가 당초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가 말을 바꾼 것이기 때문에 소멸시효는 의미가 없다"며 "보험사들이 이를 인지하면서 소송 등으로 소멸시효를 미뤘기 때문에 무조건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또한 대법 판결과 별개로 보험업법 위반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지시하고, 최근에는 중징계 방침을 예고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 제재 내용을 통보했다. 이번 통보에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보험사 영업 일부 정지부터 영업권 반납까지, 보험사 대표에게는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 조치까지 요구해 역대 최고 수위의 제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보사들의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 생보사 관계자들은 "소명자료에 법리를 따져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며 "입장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소명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들 생보사는 오는 16일까지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소명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