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금융혁신을 위해 도입되는 인터넷은행이 조만간 출범한다. 정부는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은행업을 승인하기로 했지만 은산분리 규제에 묶인 인터넷은행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4일 금융위원회는 KT가 주도한 인터넷은행 K뱅크의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KT는 의결권이 있는 은행 주식 4% 초과 보유할 수 없다는 은행법에 묶여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대로 금융위의 본인가가 나면 K뱅크의 최대주주는 지분 10%를 보유한 우리은행이 된다. K뱅크의 지분 10%를 가진 한화생명보험, GS디테일, 다날 등도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돼 경영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가 아닌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10%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4%까지만 행사하게 된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54%에 이른다.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놓은 제도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잠식할 경우 발생할 불공정한 일들을 염두에 둔 조치다. 즉 산업자본이 은행을 가지면 은행의 돈을 자기들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해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정보기술 기업과 산업 자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기업의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은행의 재벌기업 사금고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금융당국의 상시모니터링과 업무보고서상 동일여신한도, 대주주 보유 주식 현황 보고서 등에서 잘 파악되고 있어 관리 감독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이미 한발 앞서 금융과 IT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대열에 합류했다"며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K뱅크 관계자는 "현재 은행법으로는 인터넷은행이 금융 산업의 혁신을 가져오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법 개정 없이 이대로 추진되면 '반쪽짜리 인터넷은행'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금융혁신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관한 법안을 논의했지만 여야 입장만 확인했을 뿐 결론을 내지 못했다.
더욱이 오는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있어 법안이 언제 처리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탄핵안이 발의될 경우 12월 임시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워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행 설립을 주도했던 기업들은 조속히 은산분리 규제가 풀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KT와 카카오는 추가 증자를 통해 최대주주 등 안정적 지위 확보를 기반으로 인터넷은행을 주도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K뱅크는 이르면 연말, 카카오뱅크는 내년 1분기께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