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미전실 해체 선언' 다음날 삼성 사장단회의…"숙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콘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한 가운데 7일 진행된 수요사장단회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청문회에서 그룹 콘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의 해체 의사를 밝힌 다음날인 7일 열린 삼성수요사장단회의는 다소 숙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게 참석자들 전언이다.

이날 오전 삼성 서초 사옥에서는 매주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삼성 수요사장단회의가 열렸다. 전날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를 알린 가운데 사장단들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에 참석했고, 평소보다 빠르게 회의를 마쳤다.

사장단 회의는 평소와 다르게 10분여 일찍 끝났고, 사장단들의 반응에 취재진 사이에선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은만큼 언론과 접촉을 일부러 피하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회의를 마친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취재진에 둘러싸이자 굳은 얼굴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몇몇 사장은 애써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했으나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사장단 회의는 평소보다 숙연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청문회를)다 보지는 못했으나 기업할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김현석 사업부장(사장)은 청문회에 대한 질문에 "내가 할 말은 아니다"고 짧게 말했고, 전영현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다 봤을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 언론에 비교적 친숙한 반응을 보였던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미전실 해제에 관한 질문에 "아이고"라며 말끝을 흐렸고, 청문회에 대해선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날 증인 자격으로 청문회에 참석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많은 의원의 질문으로 미래전략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의혹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면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정감사 청문회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미전실 해체) 발언은 곧 시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래전략실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어느 정도의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룹 수뇌부의 의중에 따라 그 시기가 구체적으로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삼성 그룹의 중책을 주관하는 핵심 부서인 미전실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우회적으로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의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수요사장단회의는 한창수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가 '현실로 다가오는 웨어러블 로봇 시대'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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